▲사랑봉에 올라 탁본하는 일행. 이곳은 제주에서 간첩으로 조작되는 피해자들이 공통으로 들렀던 곳이라고 한다.
한톨
"산지 등대 옆에 예전에 작은 매점 같은 게 있었어. 그 매점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들르곤 했는데 경찰이 제주항이랑 등대를 탐지하려고 거길 들렀다고 조작해버렸지 뭐야. 지금은 그 매점이 사라져 버렸는데 제주경찰서 수사관 놈들이 제주항이랑 저 등대를 탐지했다고 얼마나 고문을 하고 때리는지... 아이고."(강희철)
"요 위(사라봉)로 올라가면 팔각정이 있어. 보안대 조사받을 때 그 팔각정 올라가서 그 아래를 내려다 보라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수사관이 나더러 그러더라고.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거 다 북한에 보고하려고 한 거지'라고... 그때는 저기 신항이 없었고 다 바다였어. 탑동 쪽에 항구만 있었지. 여기 제주항은 간첩코스야."(강광보)
"칠성통(제주시 칠성로) 안에 안기부 건물이 있었어. 무슨 무역회사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어. 낮에는 거기서 조사를 받고 밤이면 저기 제주항 쪽에 있던 헌병대 유치장에서 자고 그랬어."(오경대)
"나도 사라봉에 올라왔었어. 제주항이랑 등대 쪽을 손을 들어 가리키라고 하고서는 사진을 찍었어. 현장 검증할 때 그랬지."(김평강)
네 사람은 한참을 등대 쪽 바다를 바라보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그들은 식당 근처에 있는 작은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예전에 보안대가 있던 자리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보안대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조차 이곳에 과거 보안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주변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강광보씨가 모습이 바뀐 아파트에서 보안대의 건물 위치를 설명하는 동안 오경대씨와 강희철씨는 각자의 기억을 이야기했다.
그 놈들이 그렇게 악질이야
"감옥에서 나와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1991년부터 2007년경까지) 한 달에 한번 어디를 갔다, 누구를 만났다, 이런 보고를 서귀포경찰서 가서 매월 했어. 만약에 내가 쓴 거 하고 (자기네들이 아는 것이) 다르면 당장 들어오라고 해가지고 왜 틀리게 썼냐, 왜 빠뜨렸냐, 누굴 만났냐 막 추궁을 해. 그걸 수십 년 당하고 나니까 차라리 감옥이 낫더라고.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경찰들이 포섭해 가지고 정보원으로 삼는 거야. 나 감시하라고. 그래서 나하고 잘 아는 사람도 나를 감시하고 그러더라니까."(오경대)
"나도 그렇게 했다니까. 나 잘 아는 친구를 정보원으로 붙여서 나도 모르게 몰래 감시를 하고 그랬어요. 한 번은 내가 고문 당한 일을 방송국에서 취재한다고 하니까 날 조사했던 '좌대수'라는 수사관이 밥 먹자고 불러요. 그래서 나갔는데 느낌이 이상한거야. 그래서 밥만 먹고 어디 가자고 해도 안 간다고 했어.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놈이 내 약점 잡으려고 녹음기까지 켜놓고 왔더라고. 그 놈들이 그렇게 악질이야."(강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