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확진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앞에서 전광훈 목사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에'이 열리고 있다.
이희훈
개신교에서 '사랑'은 중요한 키워드다. 신약 성경에서 예수는 세상에서 소외받고 혐오 받는 이들에게 손을 건넸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에서 이웃은 매우 협소한 범위로 축소된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구호는 매우 상징적이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혐오하며, 이슬람교도를 악마로 치부한다. 예수의 사랑 대신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치며 성조기를 들었고, 퀴어 퍼레이드를 정죄하고자 했다. 3년 전, 8개 교단(고신, 기감, 백석, 통합, 합동 등) 이단 대책위원회가 타 교단(기독교장로회)의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이단 결의한 것 역시 대표적 사건이다. 그들에게는 소수자뿐 아니라 지지자도 이단이다.
미국 보수 개신교를 닮은 한국 개신교는, '비즈니스-기복 신앙'의 형태를 띠고 발전했다. 성경 속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하기보다는,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안정감을 얻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자신과 그 주변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목회자를 섬기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문화가 스며든다는 점이다.
전광훈 목사처럼 소양이 부족한 이가 하는 말도, '목사'이기 때문에 섬김의 대상이 된다. 과거 전광훈 목사가 '여신도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했을 때 벗는 사람이 나의 신도다'라는 망언을 했지만, 신도들은 거기에 '아멘'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도, 정부 발표가 아니라 전광훈 목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이들에게는 선민의식 역시 발견된다. 이교도와 자신을 구분 지으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을 자처한다. 세상의 규칙보다 하나님 나라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문제는, 이들이 정작 동시대의 이웃들을 완벽하게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할 때, 한 대형 교회 목사는 전염병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를 '중국 지도자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함'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을 정해놓고, 성경에서 근거를 찾아 끼워 맞춘다.
큰 교회의 목사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시민들의 보편적 인식과 동떨어져 있는 말을 한다. 서울 대형 교회의 목사들이 세월호 참사를 두고 쏟아낸 막말을 떠올려 보자. 지금은 은퇴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하나님이 공연히 세월호를 침몰시킨 것이 아니다. 이 나라 국민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라고 했다. 피해자와 유족은 설교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이쯤 되면, 종교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게 된다. 한국의 주류 개신교를 '이웃사랑'의 주체라 규정할 수 있는가.
물론 세상에는 반지성적 집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예배, 거리 두기 등 정부의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세상과 발을 맞추는 교회들이 있다. 그러나 종교를 믿지 않는 대중들에게 이 구분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이제 '교회'라는 단어 자체가 불쾌한 이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무교인 내 친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교회 자체가 너무 싫어." 나는 그 친구의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국 교회의 회생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사랑제일교회 한 곳 때문이 아니다. 힘 있는 교회들이 쌓아온 오욕의 역사 때문이다. 2020년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 청산의 대상인 이들이 개혁하지 않는 이상, 다음 세대에서 개신교가 소수로 전락하는 것은 필연이다. 멀지 않은 훗날, 한국 개신교계는 자신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차별금지법'의 첫 번째 보호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마태복음 7장 21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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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한국에서 개신교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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