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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말해야겠습니다

[서평] 흑인들이 겪는 인종차별을 생생하게 고발한 책, '온 더 컴 업'을 읽고

등록 2020.09.03 16:01수정 2020.09.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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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livesmatter"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해시태그를 적어도 한번은 보았을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 경찰의 부당한 대우로 5월 25일 길바닥에서 죽음을 맞이한 46세 흑인 남성. 그가 당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고, 미국에서는 흑인들을 향한 차별과 경찰의 대우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차례 벌어졌다.  

하지만 분명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에게는 흑인들이 당하는 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나는 현재 러시아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서 인종차별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온 더 컴 업(On The Come Up)>이라는 책은 흑인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 조금이나마 알려주었다(한국에서는 2019년 6월, <온 더 컴 업>(더봄)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온 더 컴 업, 앤지 토머스 (지은이) ⓒ 더봄


이 책을 읽기까지
 
한국에서는 중학교 3학년인 내가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들인 습관 중 하나는 영어책을 읽는 것이다. 읽는 속도는 아직도 빠르지는 않지만 재미가 한번 붙으니 한국책보다 영어책을 더 자주 읽게 됐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그렇다. 'Goodreads'라는 사이트에서 코로나로 집에 있을 동안 읽을 것을 찾는 도중, 이 책이 '2019년의 최고의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뽑힌 것을 보고 사서 읽기 시작했다.

어쩌면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일 수도 있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시기와 맞물려 책을 읽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종차별에 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주인공 브리(Bri)는 힙합을 좋아해 래퍼가 되고 싶어 하는 16살 소녀이다. 어렸을 때 아빠가 살해당했다. 때문에 부유하지 않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나름대로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브리의 엄마가 직장을 잃고, 자신이 학교에서 당했던 인종차별의 내용을 담은 랩이 대중에게 오해를 받으면서 브리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 그는 자신을 향한 오해를 이용하여 래퍼로서 돈을 벌려고 한다. 하지만, 곧 망가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세상에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랩으로 전한다. 

아마 이 줄거리를 들으면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이 책은 오직 인종차별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진 않다. 십대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만한 관계 문제, 남들의 이야기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 자존감 등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이런 설명만 듣는다면, 어쩌면 이 책이 한 소녀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평범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흑인으로서 미국에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었다고 한 이유는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작가가 녹여낸 표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책에서, 또 우리나라 십대들이 좋아하는 하이틴 영화에서는 찾아보지 못했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선뜻 말하기 어려워하는 흑인을 향한 부당한 대우들이 이 책에 꽤나 과감하게 드러나 있다.  

흑인인 주인공은 터무니없는 이유로 교장실에 불려가고, 마트를 들어가도 보안관이 늘 따라붙는다. 또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랩의 표현이 오해를 받는다. 무엇보다 나에게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학교 보안관이 강압적으로 흑인 학생들에게만 가방 검사를 요구했던 장면이다.

주인공은 가방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바닥에 내던져지고 수갑이 채워졌다. 이 책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 전에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이 오버랩 됐다. 오직 피부 색깔 때문에 이런 차별이 생긴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말
 

앤지 토머스 지음 'On The Come Up', 인종차별에 대해 알려주는 책 ⓒ Angie Thomas

 
영어책을 느리게 읽기 때문에, 책을 다 읽고 한참 동안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생각하게 됐다. 책에서는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사람마다 읽고 얻는 교훈이 다양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의 해석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앤지 토머스(Angie Thomas), 이 책을 쓴 작가는 실제로 주인공과 비슷한 인생을 살아왔다. 그녀는 'The Daily Show with Trevor Noah'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래퍼가 되고 싶어했던 시절에 영감을 받아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피해왔던 흑인들의 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책을 쓰는 도중에도 그 뒤에도, 민감한 주제를 다뤘기 때문인지 여러 문제가 일어났다고 한다. 출판하기 전까지 작가는 검열 때문에 고생했고, 많은 학교가 '이 책을 도서관에 두면 학생에게 부정적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464쪽의 분량인 이 책에 나오는 은어는 다른 청소년 책에 비해서 많은 편도 아니었으므로, 그런 이유들은 터무니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말한다. 만약 학교와 어른들이 "너희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에 듣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면, 청소년 책을 쓰는 작가인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적어내는 것이라고. 그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불편하지만 마주할 때

크고 작은 인종차별은 숱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그냥 괜찮다고 믿고 싶어 나를 포함한 일부의 사람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가리기도 한다. 내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며, 무시하면 괜찮아질 거라며 넘어가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참 웃긴 일이다. 수학 문제도 풀어야만 맞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인종차별은 무시하면 고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일이 있겠지만, 나는 용기가 많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인종차별을 마주하기로 했다. 차별은 일상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이라고 나부터 말해보려고 한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처럼 청소년인 내가 이 문제를 조금 더 생각하고 사람들과 나눈다면, 아주 느린 속도라도 세상이 조금은 더 공정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 기사를 쓴다. 과거의 나처럼 차별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문제를 마주해보길 바라면서.  

온 더 컴 업

앤지 토머스 (지은이), 경연우 (옮긴이),
더봄, 2019


#영어책 #인종차별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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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3년 가까이 거주중인 국제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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