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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평등버스 앞에서 보수단체가 조용히 시위했다고요?

[취재 후기] '피켓만 들었다'는 주장과 달리 "평양에서 기자회견하라" "시끄럽다" 고성도

등록 2020.09.02 10:17수정 2020.09.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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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두 명의 보수단체 회원이 가장 먼저 평등버스 앞으로 달려갔다. ⓒ 이재환


지난 달 26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하는 평등버스가 충남 홍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날 평등버스 기자회견장은 보수단체의 반발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의 해프닝을 다룬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간 직후, 보수단체 회원들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실린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달고 비판을 쏟아냈다. 기사에 이른바 '좌표'를 찍고 온 듯했다(관련기사 : 평등버스 홍성 도착했지만... 보수단체 때문에 '아수라장').

이들은 특히 '아수라장'이란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아수라장의 사전적 의미는 '싸움이나 그 밖의 여러 일로 아주 시끄럽고 혼란한 장소나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실제로 한 누리꾼은 해당 기사의 네이버 댓글에서 "현장에 계셨던 분 말로는 반대하는 피켓만 조용히 들고 있었다는데 무슨 아수라장? 이런 것을 헐리우드 액션이라고 하나요?"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누리꾼도 "아수라장이란 단어 뜻을 모르시나요. 눈에 다 보이는데도 대놓고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조용히 피켓'만 들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회견 내내 고성을 지르며 '평등버스' 측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급기야 보수단체 회원들과 평등버스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평양에 가서 기자회견 하라"며 자극한 보수단체 회원


개신교 목사와 신도들이 주축이 된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사진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 달라"는 기자회견 사회자의 요구를 무시했다. 또한, 현장에 있던 사복경찰도 사회자와 똑같은 요구를 했지만 그마저도 거부했다. 게다가 보수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마자 "시끄럽다"라며 수시로 고성을 질렀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보수단체 회원은 "평양에 가서 기자회견을 하라, 안 말린다"며 평등버스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누리꾼들은 <오마이뉴스> 기사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누리꾼들은 "누군가(혹은 시위 참여자)로부터 전해 들은 말"이라면서 "현장은 평화로웠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기자는 고심 끝에 당시 영상을 일부만 공개하기로 했다. 사실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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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 평등버스 지난 9월 27일 홍성에 도착한 평등버스 현장.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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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 홍성에 도착한 평등버스 현장. 보수단체 회원이 평양에 가서 기자회견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재환



물론 '평화 시위' 논쟁 외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더 있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집회 신고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1미터씩 떨어져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집회 신고가 필요없는 '1인 시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좀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2조 2항은 시위에 대해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9년 울산지방법원은 "30~70미터 간격을 두고 사회통념상 단일한 시위개최 구역 내에서 유기적으로 기세를 보이는 행동, 가시권 내에서 동일한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는 복수의 시위 참가자 존재를 충분히 알 수 있는 경우는 순수한 1인 시위로 보기 곤란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적어도 법원은 '1미터 거리 유지'를 1인 시위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기자회견의 경우, 별도의 집회 신고가 필요 없다.

어쨌든 이날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보수단체 회원들의 행동은 선뜻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사족 하나. 예수는 네 이웃 네 몸과 같이 사랑하고, 더 나가서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날 찍은 영상 어디에서도 '사랑'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9월 27일 홍성에 도착한 평등버스 현장. ⓒ 이재환

#평등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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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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