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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의 일갈 "코로나 시국에 집단휴진? 의사 포기하겠다는 것"

[인터뷰] 이철갑 조선대 의대교수 "어떤 상황에도 진료거부 안돼, 정부-의료계 협의체 구성해야"

등록 2020.09.02 17:12수정 2020.09.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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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현 대한 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김지성 전임의 비상대책위 위원장. ⓒ 공동취재사진

 
"이런 말 하면, 학생들은 내게 꼰대라고 할 거다. 그런데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냐.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의사가 되려는 태도다. 의사로서의 철학, 자질 같은 거. 지금 젊은 의사들의 파업은 어떤가. 물론 타당한 이유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모른척하지 않는 건 의사의 기본적인 의무다. 이걸 지키지 않으려면 의사하지 말아야지."

이철갑 조선대 의대교수(직업환경의학과)의 말이 빨라졌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교수는 국가고시를 거부하고 동맹휴학을 결의한 학생들의 선택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했다.

1일 전공의를 비롯해 전임의와 의과대학생은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추진하는 ▲ 의대 정원 확대 ▲ 공공의대 설립 ▲ 첩약 급여화 ▲ 비대면 진료 육성 등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명시할 때까지 집단휴진·동맹휴학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회가 같은 날 의료계와 대화하며 중재 역할에 나섰다. 정부는 국회와 의료계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1998년부터 조선대 의대에서 조교수로 학생들과 함께한 이철갑 교수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의 주장에 일부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의료 현장을 떠난 의사들의 선택은 "지지하기 어렵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이철갑 교수는 조선대 의과대 교수평의회가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에 반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집단 휴진과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을 때 반박했다. 그는 "선배 의사로서, 교육자로서 올바른 태도는 젊은 의사들의 업무 복귀를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차 '의사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는 의료 지식, 기술보다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이 교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시국에 환자 곁을 떠나 집단휴진하는 의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라면서 "생명을 다루는 건 의사의 가장 중요한 의무다, 어떤 상황에서도 진료거부는 올바르지 않다"라고 못 박았다.

지역 의료 현실을 두고 그는 "문제는 의사가 부족하고 병원이 없다는 게 아니다, 광주에 병원이 없지 않다"라면서도 "다만 공공적인 성격을 띠는 병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병상과 의사가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재차 "내 학생들을 포함해 젊은 의사들이 지적하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귀기울일 부분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복잡한 이 시국에 환자를 내팽개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건 의사 직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이철갑 교수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 포기하는 순간 더는 의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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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갑 교수 이철갑 교수는 국가고시를 거부하고 동맹휴학을 결의한 학생들의 선택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했다. ⓒ 이철갑

 
- 1일 젊은 의사들은 비대위를 조직하며 집단 휴진을 강행한다는 뜻을 밝혔다.
"들었다. 누구든 정부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논의해보자는 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2주 이상 의료현장을 비우고 환자 곁을 떠나면서까지 주장해야 할 일이냐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설사 의료계 주장이 100% 맞다고 해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우선하지 않는다. 더구나 코로나19 상황이다."

-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을 하기 전 교수님을 찾아와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나.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은 뭐랄까... 젊은 학생, 의사들이 말하는 정의는 기회의 평등에 많이 기울어져 있다. 내가 열심히 해서 성취했다고 하면, 토를 달 수 없는 거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정부의 의료정책이 자신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더라. 단순 의료정책을 둔 찬반뿐만이 아니라 정부를 향한 불신도 있는 거 같고.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이 친구들이 이 문제를 정치적인 싸움으로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학생들의 생각은 어떤가.
"이 말을 하면, 꼰대가 또 떠든다고 할 텐데... 꼰대라고 해도 말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겠다. 개인적으로 의대 면접시험에서 학생에게 꼭 물어보는 게 있다. 좋은 의사가 먼저냐 실력있는 의사가 먼저냐는 거다. 대부분의 학생은 실력있는 의사가 먼저라고 답한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의사가 되려면 실력이 중요하다는 거다.

이 말은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은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공부 못하고 추천받아서 가는 게 공공의대 아니냐고 생각하는 거 같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의사가 환자를 돈으로 보고 상품으로 보면 안 되는 거잖나. 지식, 기술은 공부하면 실력이 늘어난다. 부족한 건 메꿀 수 있다. 그런데 의사윤리, 고통에 놓인 환자를 대하는 공감능력이 없으면 그건 의사가 아닌 거다."

- 그래서 의사들의 집단휴진과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을 지지할 수 없다고 한 건가.
"맞다. 나는 젊은 의사들은 업무에 복귀하고 의대생들은 학사 일정에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배 의사와 교수라면, 학생들의 시위를 잘한다고 부추길 게 아니라 학교로 돌아오라고 환자 곁에 있으라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 현재 조선대 의대 상황은 어떤가.
"우리 학생들도 다 휴학했다. 조대 의대는 120명씩 6개 학년이 있다. 720여 명인데, 이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휴학계를 냈다. 가장 걱정되는 건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4학년이다. 나도 내 학생들이니 누구보다 이들이 문제를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내 제자들 아닌가. 그런데도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의사도 노동자다. 맞다. 그런데 의사는 사회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받은 노동자다. 이런 노동자가 또 있나? 혼자 공부한다고 의사가 되는 게 아니잖나. 법 제도적으로 의과대학 다니고 정규교육을 받아야 의사면허가 나온다. 우리가 생명을 다루니까 정규교육이 필요한 거다. 의사에게만 준 권리이고, (의사면허가) 어떻게 보면 특권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의무도 있어야 한다. 의사의 직분은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이걸 포기하는 순간 더 이상 의사가 아니다."

- 집단휴진에 나선 이들은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실은 어떤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내가 있는 광주만 봐도 병원이 부족한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건 피부과나 이런 병원을 말하는 게 아니지 않나. 병원뿐만이 아니다.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는 고질적인 문제다.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무엇하나 지역이 수도권만큼 준비된 건 없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곤란한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 코로나19처럼 긴급한 상황에서 치료할 수 있는 병원, 공공성격의 병원도 수도권에 부족하지 않나? 지역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수준이다. 이런 병원이 부족하고 이런 곳에서 일할 의사도 당연히 부족하다. 사실 문제의 본질은 지역의사 뿐 아니라 공공의료에서 일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거다."

- 이 상황에서 정부와 의사들이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정부도 의료계도 한발 물러서야 한다. 사회적 대화기구를 꾸리고 의료정책을 어떻게 수정할지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 정부도 의료정책을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시기'에 논의하자는 게 아니라 2021년 2월까지 어떤 논의를 하자고 일정을 정해두어야 한다. 지역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물론 지역 의사들도 발언권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정부도 의료계와 다시 이야기해보자는 것 아니냐. 그럼 협의체를 꾸려 의료 지역 불균형을 이야기하고 대안이 무엇이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하고."
#코로나19 #집단 휴진 #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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