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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과 전업맘의 불행배틀...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전업맘의 회식' 글 썼다가 입은 마음의 상처... 같은 육아 동지로 보긴 어려울까요

등록 2020.09.06 20:38수정 2020.09.0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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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글을 쓰고 비판 댓글을 받았다.
얼마 전, 글을 쓰고 비판 댓글을 받았다. pixabay

모르는 사람에게 맞는 것보다 믿었던 사람에게 맞는 것이 두 배 아니 세 배, 네 배는 더 아프다. 맞는 고통에 심적 상처까지 더해져 체감 고통이 더 큰 탓일 것이다.  

얼마 전, '전업맘의 회식'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그리고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나는 그야말로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었다. 남자들의 비아냥은 그러려니 하고 넘겼건만 워킹맘들의 폭격은 마음에 상당한 스크래치를 냈다.


[관련 기사 : 회식의 끝이 내일 아침 밥 걱정이라니... 또 울컥하네]

'워킹맘이 볼 때 한심하다', '낮에 스벅에서 수다 떠는 게 전업맘의 특권 아니냐?', '속 편한 소리 하시네' 등등. 몇 번이고 비아냥이 섞인 그 댓글들을 되새김질했다. 되새김질하면 할수록 소화는커녕 체기가 일어났다. 같은 여자들에게 이같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니... 응원과 지지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의 공감은 얻을 줄 알았다. 우린, 육아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동지라고 생각했으니까. 

전업맘과 워킹맘, 딱 그 중간에서 

사실 나는 전업맘과 워킹맘의 중간쯤 되는 '이도 저도 아닌 맘'이다. 전업이라고 표현했지만 일이 있을 땐 워킹맘의 자리에 있기도 하고, 일이 없을 땐 전업맘의 자리에 있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거의 일이 없어 전업맘의 비중이 더 크지만 그렇다고 내가 워킹맘의 실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일이 있을 때는 친정과 시댁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탓에 남편과 퍼즐 맞추듯 시간을 끼워 맞춰 간신히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티비를 틀어주고 일을 나가기도 한다. 남편이 많이 '도와줘서' 일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땐 내 쪽에서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와준다'는 표현이 서글픈 이유다.


그동안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전업맘과 워킹맘 중간에 딱 껴서 이쪽 저쪽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어느 누가 더 힘들다 덜 힘들다 저울질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어느 쪽을 쳐다봐도 처절한 건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전업맘은 전업맘대로,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거기에서 고통의 크기를 논하는 건 그야말로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아... 역시 워킹맘과 전업맘은 공존하기 힘든 것인가...'라는 생각과 더불어 다소 씁쓸한 면이 있었다. 


아이를 키워오며 전업맘과 워킹맘 간의 심리전을 많이 봐왔다. 엄마들의 모임에 가면 이 두 집단 사이에는 묘한 신경전이 있다. 간단히 말해 워킹맘은 전업맘을 은근 무시하고 전업맘은 워킹맘을 은근 따돌린다. '은근'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분명한 대응도 다툼도 발생하진 않는다. 다만, 서로 촉으로 느낄 뿐이다. 

'아... 저 여자가 나를 비꼬는구나.'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부모 참여 수업이 끝난 후 엄마들이 모이는 자리였는데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엄마가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사람이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그 엄마의 태도와 말투에서 은근히 전업맘을 무시하는 게 느껴졌다. 

"능력이 있으면 지금까지 일을 했겠지, 아이는 핑계지 뭐..."

다른 워킹맘과 이 같은 말을 속닥거릴 때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모멸감을 느꼈다. 그 엄마가 자리를 뜨고 다른 전업맘이 그 집 아이의 흠을 찾아 얘기했다. 그것 역시도 비겁해 보였다. 엄마라는 자리, 모두 힘들고 어려운데 서로 보듬긴커녕 생채기 내기로 작정한 듯 달려드는 모습에 질려 그 후부턴 엄마들 모임엔 잘 나가지 않는다. 

실종된 내 정체성을 찾고자 재취업을 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근무 시간과 아이가 아플 경우의 수, 도우미 고용 비용 등을 생각하며 어렵사리 쓴 이력서를 컴퓨터 쓰레기통에 수십차례 쑤셔 박곤 했다. 전업맘들을 능력 없는 엄마들이라고 하던 그 워킹맘은 친정엄마가 상주해서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상태였다. 아마 그녀는 나 같은 맥빠짐을 느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전업맘과 워킹맘의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우리는 서로 한 팀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서로 한 팀이 될 수도 있다. pixabay

현 시대는 '여자의 가사노동과 남자의 일노동 모두 중요하다'라는 식의 남녀차별 개선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엄마들끼리는 가사 육아가 더 힘드니, 일 육아가 더 힘드니 하는 식의 분쟁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왜 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상대를 잘못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곳은 전업맘과 워킹맘 서로가 아니라 사회의 시스템을 향해야 한다. 아이를 반감금 상태로 집에 놔두고 출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 휴가를 낼 때마다 눈치 봐야 하는 회사 문화,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기관의 부재, 재취업의 높은 문턱, 육아를 엄마의 일이라고 떠미는 사회의 시스템.

왜 이 고장난 시스템은 놔두고 서로 눈꼬리를 올려 삿대질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분명한 건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것도 하루종일 아이와 부대끼며 집에 있는 것도 똑같이 힘든 일이다. 

개인의 아픔은 사회의 잘못과 연결돼 있다고 한다. 이 시대 엄마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사회 어느 부분에서 고장이 나 마음을 후벼파고 있는지 우리는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전업맘과 워킹맘. 우리는 서로를 겨눠야 할 적이 아니라 육아의 긴 터널을 함께 건너고 있는 동지라는 것을. 
#워킹맘 #전업맘 #공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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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꿉니다 글을 씁니다 행복 합니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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