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역사관」(담벼락)1998년에 일본 나가노시에 개관한 역사관으로, 마쓰시로 대본영 지하호에 관한 강제 징용과 위안부 역사 문제에 대해서 전시하고 있다.
김지혁
일본이 가장 드러내지 않으려던 이야기
강제징용의 노역 현장인 대본영은 나가노시 관할이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는 또 하나의 역사관은 사설 기관이다. 나가노시 허락을 맡고 대본영 취재하러 갔을 때, 나가노시에서는 역사관은 나가노시와 관련이 없는 것임을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대본영의 강제 노역과 역사관이 다루고 있는 위안부 문제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의 도주 방지 목적으로 위안소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일본 측은 이 위안소에 대해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마을의 일본인 여성을 강간, 성추행∙성폭력하는 일을 방지한다'는 식의 명분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나가노시에서는 강제노역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위안부 문제는 전면 부정하고 있다. 역사관 운영위원회에서 역사관을 개관하고자 할 때도, 위안부 관련 전시실이라는 이유로 마을 주민들이 맹렬히 반대했다. 위안부 문제가 아베 정권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은 식민침략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안소의 흔적을 느끼다
역사관 운영위원회는 오랜 시간 주민들을 설득시키고, 나가노시와 주민들과 의견을 조율하여 또 하나의 역사관을 대본영 옆에 설립했다.
처음 역사관 운영위원회에서 설립을 기획할 때는, 위안소로 이용됐던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여 역사관으로 사용하고자 했다. 위안소는 대본영에서 도보로 9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러나 나가노시와 주민들의 반대로 위안소 건물은 허물 수밖에 없었다.
위안소 건물을 허무는 대신 역사관 운영위원회에서는 위안소 내부 벽과 마루 일부는 살려, 새로 설립하는 역사관에 재현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 제안은 나가노시와 지역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역사관 운영위원회는 위안소 건물을 허물 때 업자 선정도 자신들이 할 수 있도록 부탁하여, 벽과 마루에 사용된 자재들을 현재의 역사관에 옮겼다.
사실, 내부를 재현했다기보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이 서린 벽과 마루를 우리가 직접 밟아보고 만져볼 수 있게 해두었다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다. 즉, 역사관에 옮겨 놓은 자재들을 통해 위안소 내부를 연상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마저도 촬영은 금지되었다.
현재, 위안소 옛터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위안소 건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다행히도 위안소 옛터에는 그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흔적이 남아 있다. 바로 소나무다. 늘 푸른 소나무처럼 우리의 아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일 없이 한결같이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