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을 받은 희방사역의 모습. 오는 12월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박장식
죽령고개를 긴 터널 두 개로 넘은 기관차가 숨을 고르기 위해 처음 들르는 역은 희방사역이다. 영남의 첫 번째 기차역으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희방사역에는 매일 서울에서 오는 등산객들을 위해 아침에 안동 방향으로 하루 두 번, 저녁에 서울 방향으로 하루 두 번의 열차가 멈춰선다.
희방사역이라는 이름, 얼핏 들으면 알기 힘들다. 그래서 한때 이 역의 별명은 '소백산역'이기도 했다. 오히려 역 건물에 '소백산역'이 더 크게 붙어 있던 때도 있었다. 역을 나서면 사과농장 사이 샛길을 지나 소백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가 바로 연결되어 있어, 한나절 등산객들에게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희방사라는 사찰도 이력이 독특하다. 한글로 씌여진 최초의 종교서적인 월인석보의 중간본을 소장하고 있고, 한국전쟁 때 절이 불태워지기 전에는 훈민정음 언해본의 목판도 소장하고 있었단다. 당시 영주군수 등이 목판을 지키려 애썼으나, 목판을 옮길 쌀 열 가마 값이 없어서 절을 태워야만 했다는 이야기는 몹시 안타깝다.
그런 역사적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 지어진 희방사는 지금도 소백산 정상으로 가는 여행객에게 역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바로 인근 부석사와는 다른, 고즈넉한 매력도 넘친다. 절 앞에서 시원하게 흐르는 희방폭포도 볼만하고, 대웅전과 부속 건물들이 소백산의 한 중턱에 마련된 조그만 암자같은 모습같은 느낌도, 절 앞 희방폭포의 훌륭한 위용도 마음에 든다.
희방사역의 승객은 많지 않지만, 죽령을 넘어온 열차에 문제가 있으면 쉬어가며 점검을 할 수도 있는 중요한 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역은 역무원이 없지는 않으나 역장이 혼자 배치되어 모든 일을 본다. 역을 찾는 승객들에게 서울행 표도 내주고, 열차가 오고갈 때에는 신호를 알리는 일을 본다. 열차가 들어올 때에는 승강장으로 나와 길손들을 보호하기도 한다.
죽령역에서 희방사를 거쳐 풍기까지 가는 철길은 이제 한 줄의 장대터널로 이어지는데, 빠르면 12월 중순부터 새 길이 개통된다. 터널의 길이는 11km. 원래 20분이 넘던 단양과 풍기 사이의 거리를 10분도 안 되게 좁히는 것은 좋지만,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소백산, 그리고 단양호반의 모습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아쉬운 시간이다.
(- 2편
가수 진성이 부른 '안동역에서', 이제 추억이 되겠습니다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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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많은 단성역, KTX는 지나는데 역은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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