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와 여성노동
한국여성노동자회
다음 발제문에서는 코로나시대 돌봄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여성일자리를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발제에서 다양한 통계를 이용해 돌봄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자료에 따르면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코로나 이후 월 평균 수입이 2.7만 원으로 떨어졌다. 학교가 개학을 하지 않으며 강사의 99.7%가 수입이 감소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살펴봤을 때 가사서비스 노동자와 방과후학교 강사는 각각 16%, 13%로 10명 중 2명도 채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페미워커클럽 회원들은 정부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못했을 '배젴되고 가려진' 여성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염려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지윤 회원은 미등록 이주여성노동자이 많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건강과 안전을 염려하면서도ᅠ누군가의 집으로 돌봄노동을 하러 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어 돌봄노동에 대한 생각들을 말해주었다. 대면하여 하는 일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는 흐름 아래에, 돌봄노동의 가치도 함게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한 회원도 있었다. 이런 평가는 더 나아가 평등한 돌봄을 배우고 체화하기까지 어렵게 하고, 결국 돌봄의 젠더화를 강화하는 영향을 만들 수도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발표한 뉴딜정책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었다. 우리는 자료를 보면서 황당했다. 특히나 디지털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돌봄노동 로봇을 만들겠다는 계획 어디에도 지금의 돌봄노동자들은 없었다. 정부가 IT기업을 키워주겠다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돌봄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말로밖에 읽히지 않았다.
캐나다의 정책과는 비교되는 내용이었다. 캐나다는 지난 5월에 간호사, 요양보호사, 준의료활동 종사자, 의료시설에 근무하는 청소원이나 구내식당 직원 같은 지원인력 등을 모두 '필수 노동자'로 정의하고 임금을 인상했다. 코로나로 생긴 가장 커다란 공백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돌봄'의 영역을 뽑아야 한다 생각한다.
전국 학교의 개학이 미뤄져 아이들은 종일 집에 있어야 했고, 이는 누군가가 아이들을 '종일' 돌봐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누가 돌봤을까? 엄마, 할머니, 이모, 언니, 어쩌면 플랫폼 노동자의 대학생 언니들일지도 모른다. 어떤 여성들은 일을 그만두면서, 또 다른 여성은 일거리를 집에 가져와서 '돌봄노동'을 수행했다. 혹은 적절하게 돌봄노동이 배치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많은 경우, 돌봄의 공백은 더 큰 사고로 이어졌다.
청년 여성으로서 나는
우리는 모임을 가지며 청년 여성 노동자 당사자로서 내 삶에 닥친 코로나19의 여파와 이를 견뎌내고 있을 또 다른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 그리고 정부 정책이 여성의 재난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해 보았다.
발제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을 나누는 대화에서도 다양한 차별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의 동료가 있었으나 회사가 이를 고려하지 않아 업무가 늘어난 회원도 있었고,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잠자는 공간만이 아닌 더 확장된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회원도 있었다.
특히 대학생인 나는 오프라인 개강 연기를 기다리다가 온라인 개강 전환이 되어도 하숙집이나 기숙사를 빼지 못하고 큰 액수의 월세를 내야 한 친구들의 상황을 들을 때나,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물류센터 냉동창고에서 단기간 노동을 해야 했을 때, 코로나19가 가져온 불안정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서 '여성의 노동'은 무엇일까? 무엇이 될 수 있는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코로나19 때문에 그 그림을 몇 번이고 계속 다시 그리는 것 같다. 함께 읽은 자료집에는 프리랜서 여성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다. 형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액화노동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개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삶의 모든 부분을 살펴야 빈틈이 생기지 않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부디 다시 그리는 그림들이 빈틈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청년 여성으로서 그 틈에 빠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싶다. 누구도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획]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http://omn.kr/1nq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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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성'인 내가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싶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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