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 스틸사진왼쪽이 극중 코모두스 황제이다
영화사
곧 추석이다. 우리 전통적인 수사에 "조상께 감사하는" 운운이 포함되는데, 그 조상은 당연히 부계를 뜻한다. 제사상의 위패에 적힌 성(姓)과 다른 성을 쓰는 여성들이 제사음식을 준비하여 위패와 같은 성을 쓰는 남성들이 제사를 지낸 게 추석 명절의 오랜 풍경이었다.
요즘은 차례에 여성이 참여하는 추세라고 한다만, 위패와 같은 성씨의 사람이 제사를 지내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위패와 다른 성씨의 며느리들은 여전히 대체로 차례 도우미 역할에 머문다.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핏줄이 달라서이다.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전례 없는 분위기 속에서 다가오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추석 연휴기간 국민의 이동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전쟁에 준하는 사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번 추석은 부모님과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추석 연휴 최고의 선물은 멀리서 그리운 마음을 전하는 망운지정(望雲之情)"이라며 "올해만큼은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게 오히려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위험군인 노인들이, 가족이라고 하여도 평소에 따로 사는 다른 연령대의 가족 구성원들과 접촉하는 것은 분명 감염병 예방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국무총리 담화가 추석의 가족사를 말끔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주변에서 들어보면, "부모님이 오지 말라고 먼저 말씀을 해야 안 가지, 아무 말씀 안 하는데 안 갈 수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많다.
2020년 추석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건 확실하다. 억지로 방문했다가 두고두고 후회할 불효를 저지를 수도 있다. 전래의 가부장제 의식 준행을 두고 눈치 게임을 벌일 게 아니라, 두 세대가 빨리 대화해서 이번엔 망운지정으로 정리하는 게 좋겠다. 같은 성을 쓰는 사람끼리, 즉 남편은 시댁에 아내는 친정에 연락해 의사결정하는 것이 추석의 의의를 살리는 묘책이 아닐까. 추석특선 영화로 <글래디에이터>정도를 따로 보는 것이 그리 나쁜 발상이지는 않지 않은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문학, 영화, 미술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