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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 국경은 없다" 함께 싸우는 한일 시민들

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도로코자와 노음, 산켄전기 앞 '한국산연 청산철회 투쟁'

등록 2020.10.05 15:20수정 2020.10.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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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과 문화단체 ‘도로코자와 노음’이 일본 산켄전기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한국산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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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과 문화단체 ‘도로코자와 노음’이 일본 산켄전기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한국산연지회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인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높은 담을 허무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돈도 지위도 권력도 없지만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을 그들은 가지고 있다. '한국산연' 동지들을 해고한 이도 일본인이지만 지원하는 이도 일본인... 사람으로, 노동자로 존경할 만한 이는 어느 쪽인가?"

일본 문화단체 '도로코자와 노음' 소속 우메씨가 한국산연 본사인 산켄전기 앞에서 벌어진 '선전전'에 참가한 뒤 밝힌 소감이다. 한국의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도 일본 본사 앞에서는 항의투쟁이 벌어졌고, '도로코자와 노음(노동음악단)' 회원들은 '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에서 벌인 선전전에 함께한 것이다.

산켄전기는 지난 7월 9일 한국산연 해산과 청산을 결정했고, 한국산연은 7얼 15일 '폐업-근로관계 종료'를 공시했다. 한국산연은 2021년 1월 20일자로 폐업하기로 했다.

한국산연은 2016년에도 청산 절차를 밟다가 철회했다. 당시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일본 원정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일본 방문이 어렵게 됐다. 이에 일본에 있는 시민․노동자들이 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을 지난 9월 3일 결성했다. 이들은 산컨젠기 본사 앞에서 선전전과 집회를 벌이고 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는 '청산 철회'와 '생존권 보장' 투쟁을 계속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문화단체가 선전전에 함께 한 뒤 소감문을 보내온 것이다.

9월 10일 아침 일본 시키역 앞에서 열린 선전전에 참가했던 우메씨는 "당사자인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본에 올 수 없으니 일본에 거주하는 지원자만 30여 명이 손팻말을 들고 전단지를 돌리면서 한국산연 청산 철회를 호소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놀랍게도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김은형 부지회장이 한국어로 직접 연설하는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고 그 내용을 통역자가 전해주었다"고 설명했다.


김은형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 부지회장이 휴대전화로 발언을 하고 이를 일본 사람이 통역했던 것이다.

우메씨는 "김은형 부지회장은 일본 지원자들과 길 가는 사람들을 향해 '한-일이 연대해서 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갑시다'라고 호소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일본 거대자본이 자행하는 횡포에 맞서 웃으며 올차고 단결을 호소하는 김은형 지회장의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찡했다"고 했다.

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에 대해, 그는 "결성집회에는 일본 거주자만 100여 명이 참석했다"며 "친척도 아니고 특별한 연고자도 아닌 보통 노동자들이 다 남의 일이 아닌 내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함께 싸우겠다고 한데 모인 것"이라고 전했다.

우메씨는 "이 모임의 한 회원은 '노동자, 노동조합에 국경은 없습니다. 우리는 한일 민중 연대의 현실적인 힘을 모아 끝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을 또 배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도로코자와 노음 회원인 후지타 가즈아키씨는 "한국산연 노조원들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직접 일본에 와서 활동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연설함으로써 참가했다"며 "휴대전화로 직접 대화도 할 수 있어 한국산연 노조 동지들과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함께 선전전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원 여러분의 뜨거운 심정을 듣고 감동해서 가슴이 찡했다. 요즘 제 자신이 이러한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선전전에 참가해서 오히려 제가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후지타 가즈아키씨는 "이번 선전전처럼 노동자가 궐기하고 사측의 불의와 불합리적인 행태에 맞서 항의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그러한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고, 바꾸고, 크게 진보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며 "노동자가 고개 숙이지 말고 포기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작은 힘이나마 앞으로도 한국산연 노조를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과 도로코자와 노음은 민중가요 '아침이슬'의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했다. '아침이슬' 가사 바꿔 부르기는 2016년에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가사를 새롭게 해서 합창했다.
 
"긴밤 지새우고 공장에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내맘의 억울함이 알알이 맺혀도 이국 언덕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태양은 공장을 붉게 비추고 한여름의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나 이제 외친다 멀리 일본 땅에서 내 일을 돌려주라고 나 이제 외친다/나 이제 외친다 산켄전기 앞에서 내 목숨 돌려주라고 나 이제 외친다/내 목숨 돌려주라고 나 이제 외친다."('아침이슬', 2020년, 노가바).
 
무로하라 노부유키씨는 "출근 시간이 끝나자 시키역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팻말을 보여주면서 역시 원격 출연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기타 반주에 맞춰서 '아침이슬' 개사곡을 다 함께 부른 뒤 선전전을 마쳤다"고 전했다.

그는 "선전전을 마무리하는 연설을 들었더니, 산켄전기 사원들 중에도 전단지를 받지는 못하나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는 것이었다"며 "역시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항의를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경남지역 노동, 시민단체들은 지난 9월 10일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를 결성해 관련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산연 #산켄전기 #일본 #선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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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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