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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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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마이삭, 하이선 연이은 태풍으로 물바다가 된 밭에선 농작물이 제대로 자랄 리가 없었다. 그래서 한 농부는 물에 잠겨 있는 애호박을 살리려고 그 호박을 돌축 사이에 끼워 놓았다. 나중에 태풍이 지나가면 다시 밭에 내려놓을 요량으로.
그러나 태풍 때문에 여럿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돌축 사이에 끼워 놓은 호박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호박은 풀에 가려 제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가을이 되고 농부는 잡초를 제거하다가 우연히 돌틈 사이에, 잊고 있었던 호박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애호박이 늙은 호박이 돼 있었다. 눌러보고, 만져보고, 꺼내보려 했지만 이미 딱딱해져 돌덩이 처럼 굳어 버린 호박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원망섞인 눈으로 주인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농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네가 주인의 불찰로 돌축이 되어 버렸구나." 혼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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