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쓰지 마라 악보아들이 꼼지락꼼지락 계이름을 달아 주었다
김은숙
나도 이 챌린지에 참여하고 싶어서 날마다 연습했다. 주변 사람에게도 알려서 동영상을 올리자고 말했다. 그 중에 한 명인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P가 자기도 해
보겠다고 열심히 연습 중이다.
P는 페이스북 활동을 아주 활발히 해서 혹시 관심 있지 않을까 해서 동영상과 악보를 보내 주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걱정으로 이 노래가 갖는 의미나 챌린지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동영상을 보고, 또 인터넷을 검색해서 이 노래가 갖는 의미를 스스로 알아 냈다. 2010년 당진 제철소에서 일어난 사건도 알고 있었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도 알고 있었다.
P는 기사를 읽고 아주 많이 슬펐다고 했다. 같은 노동자로서 더 슬퍼졌다고 했다. 누구든 일할 때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일하는 노동자들 모두 다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를 결정했다고 했다.
P는 무게가 1톤 정도로 무거운 금형 아래서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작업할 때 이 금형틀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또한 항상 볼트와 너트를 잘 끼우고 조여야 하는데 피곤해서 이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고 했다. 이것을 잊으면 아주 위험해질 수 있는데 왜 이 중요한 작업을 잊을 때도 있을까.
피곤이 문제다. P의 근무 시간이 다소 긴 편이다. 바쁘지 않으면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인데 바쁠 때는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9시까지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안 바쁠 때보다는 바쁠 때가 더 잦고.
그리고 잠도 늦게 자는 편이라고 했다. 아무려면 타국에서의 잠이 고향처럼 편히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긴 근무 시간과 부족한 잠은 피곤을 불러 오고 작업장에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렇게 산재는 우리 가까이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P의 말을 들으며 피곤해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근무 시간이 아주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노래 챌린지에 참여하겠다고 마음 먹은 데는 이렇듯 자기도 사고에서 절대 멀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인 듯하다.
P는 한국인이냐 외국인이냐 하는 문제 전에 노동자의 마음으로 이 챌린지에 참여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며 자기가 연습하는 모습을 방 짝이 보고 자꾸 웃는다는 말도 했다.
나도 열심히 연습했다. 내가 피아노 건반을 찾지 못하는 걸 보고 아들은 악보에 계이름을 써 주었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니 독수리 연주법으로 계이름만 쳤다.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각을 제외하곤 열심히 건반을 쳤다.
왼손은 놀 뿐, 오른손만 열심히 왔다 갔다 하는 연주법이지만 혹시 음의 높낮이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랬다. 그러나 피아노 소리를 듣든, 안 듣든 낮은 라와 낮은 솔이 같은 높이인 것 같고, 앞에 나오는 솔과 뒤에 나오는 솔은 같은 음인데도 다른 것 같다.
작곡가의 말로는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아주 평이한 높이로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악보를 봐도 아주 높은 음은 없다. 가장 높은 음이 2옥타브 도이다. 피아노 건반을 눌러가며 몇 번이나 녹음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노래가 나오니 어찌 할까. 쉼표가 별로 없으니 숨도 차고, 목은 갈라진다. 그다지 높지도 않은 솔부터 가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무튼 이 챌린지가 더 퍼져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일하는 사람이 더 안전해질 수 있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힘을 실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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