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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구소설' 서점 주인 "내가 무슨 '혐일'을 조장한다고..."

지난해 9, 10월쯤 명판 교체... "일본 수출규제 경제보복에 결심, 생각 표현한 것"

등록 2020.10.21 12:30수정 2020.10.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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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의 한 동네서점에서 '일본소설' 코너의 서가 명패를 '왜구소설'이라고 붙여 놓았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 유성구의 한 서점이 '일본소설 서가'의 명판을 '왜구소설'이라 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혐일조장'이라는 비판이, 또 한편에서는 '속 시원하다'라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21일 오전 대전 유성구 노은역 주변에 위치한 'OO서점'을 찾아가 이 서점의 주인 A씨를 인터뷰했다. A씨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개인적 의사 표현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 서점에는 '혐한 코너'가 일찍부터 있었다. 사람들이 잘 보이도록 진열해 놓고 있다"며 "저는 그냥 동네서점 서가 이름 하나 바꾼 것뿐이다. '혐일조장'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음은 'OO서점' 대표 A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왜구소설' 서점 주인 "내가 무슨 '혐일'을 조장한다고..." <오마이뉴스>는 21일 오전 대전 유성구 노은역 주변에 위치한 'OO서점'을 찾아가 이 서점의 주인 A씨를 인터뷰했다. A씨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개인적 의사 표현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이주영

 
- '왜구소설'이라는 서가 명판을 언제 붙였나?
"처음엔 '일본소설'이라는 코너였는데, 지난 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에 (왜구소설로) 바꿨다. 그러니까 아마 9, 10월 쯤 되는 것 같다. 바꾼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 그렇게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서점을 20년 넘게 운영해왔다. 처음 서점을 시작할 때는 교보나 영풍 등 큰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벤치마킹을 했다. 그래서 '일본소설'이라는 코너를 따로 분류했다. 다른 나라 서적은 다 '외국소설'로 되어 있는데, '일본소설'만 그렇게 따로 분류했다. 다른 서점도 그렇게 하니까 그냥 그렇게 했었다. 그래서 늘 왜 '일본소설'만 대우를 해줘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다가 지난 해 일본이 반도체 소재 부품 수출을 규제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물론, 위안부 문제나 독도 등 일본과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런데 수출규제는 직접적으로 우리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보복'을 한 것 아닌가. 그래서 불현듯 제 개인적인 항의의 의사표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꾸게 됐다."

- '혐일조장'이라는 비판에 어떻게 생각하나?
"저희는 대형서점도 아니고, 영향력이 큰 곳도 아니다. 그냥 70평 정도의 동네의 작은(231㎡) 서점이다. 제가 서가 명패 하나 바꾼다고 무슨 대단한 일이 벌어지겠는가, 사실 기사감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무슨 '혐일'을 조장한다고 기사가 나갔다. 그냥 저는 제 생각을 표한 한 것뿐이다. 전혀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일본 조치 중단되면 명패 바꿀 생각이었다"

- 관련 보도가 나간 후 항의를 받았나?
"어제 항의를 많이 받았다.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 어떤 항의였나?
"일단 '왜 그렇게 해 놓았느냐', '혐일을 조장하려고 하느냐',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다', '일본에서 한국소설을 조센징 소설이라고 하면 좋겠느냐'는 그런 말씀을 하셨다. 저도 이것을 혐오라고 하니까 저도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도 한다. 저도 이게 뭐 잘 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단순하고 유치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는 그 당시 그냥 제 생각의 표현 방식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할 거면 일본 소설을 다 빼지 왜 그렇게 해 놓았느냐'고 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일본 소설뿐만 아니라 일본 책들이 많이 번역되어서 나오고 있다. 물론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치적인 사안과)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전 그냥 제 생각을 그렇게 표현한 것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런데 자꾸 (항의하는) 피드백이 오니까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다."

- 항의가 계속되면 명패를 바꿀 생각도 있는가?
"저는 일단 (일본의 조치) 그런 것들이 해제되면 원래 바꿀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별 생각은 없다. 아니면 전체를 다 '외국소설'로 덮어 버린다든가 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다."

- 응원하는 분은 없었나?
"어제는 없었는데, 오늘 아침 한 분이 응원하기 위해서 책을 사러 왔다고 하는 분이 계셨다."

- 일본에는 '혐한코너'가 따로 있는데 무슨 문제냐는 반응도 있던데?
"그렇다. 저는 실제 1990년에 일본에 갔었는데, 서점에 들어가 보니 '혐한 코너'가 있고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최근에 출간된 '반일종족주의'가 거기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안다. 그 사람들은 일부러 지나다니다가 부딪히게 진열해 놓고 전략적으로 홍보한다.

그런데 저희는 그냥 서가머리에 글자 두자 바꾼 것뿐이다. 어차피 저희 매장은 아주 작기 때문에 오는 분들은 다 저희가 직접 책을 다 찾아 드린다. 그렇기 때문에 서가를 찾아다니시지 않는다. 1년이 넘었는데, 별로 그 얘기를 하시는 분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매체가 이것을 쓰면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왜구소설 #대전유성 #동네서점 #일본소설 #혐일조장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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