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드 반 마리 기준, 들어가는 닭고기만 1kg에 가깝다
양지선
그냥 먹어도 맛있는 프라이드 치킨을 양념 소스가 거든다. 양념 소스에는 다진 마늘이 들어가 있다.
"이 (소스) 집은 생 거(마늘)를 넣어. 먹다 보면 씁쓸하니 그런 게 있잖아."
"아, 맞아요! 그게 다진 마늘 맛이었구나."
"응. 그래서 이런 거는 마늘이 숙성이 돼서 나중에 맛있어."
소스집에서 한 마디 했다고 한다. '이 치킨 가격에 우리 소스 쓰시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안 바꾸는 이유는 오로지 손님 때문이다.
"내 입에 맛있는 게 손님 줘야 자신 있게 팔지. 맛없는 걸 맛있다고 팔 수는 없잖아."
"이 집이 맛이 변했네?... 소리는 안 듣고 싶어서"
한창 장사가 잘될 무렵엔 아침 8시에 나와 새벽 1시에 문을 닫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가 7500원인데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을 호가하던 때였다. 닭 120마리를 하루 두 번 손질했다. 쉬는 날도 없이 매일 그렇게 일했다. 그러다 몸이 고장 났다. 당시에는 장사가 잘 되니까 마냥 기분이 좋으셨다고 했다.
"문구점 할 적에는 만질 수도 없는 돈을, 치킨 하면서 통장에다 넣어놓고. 애들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해주고. 대학교 다 보내고. 걱정 안 하고 잘 지냈지."
아주머니가 계속 같은 자리를 지킬 동안, 단골손님들은 하나둘 이사 갔다. 아는 얼굴이 뜸해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손님도 조금씩 줄었다. 치킨 배달로 버텼는데, 올해 배달을 맡던 남편에게 큰 사고가 났다. 코로나19까지 겹쳤다.
지금은 오후 2시쯤 열고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 영업시간이 줄어서 하소연을 하실 법도 한데, 아주머니는 "우리 아저씨랑 같이 밤 산책 갈 수 있어서 좋아"라고만 하신다. 손님이 줄어도 닭 손질은 한결같다.
"솔직히 귀찮고 싫어. 근데 한번 해 버릇하면 못 관둬. 이 집이 맛이 변했네? 그럴까봐. 우리가 장사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치킨을 시켜 먹어봤는데 그 집이 맛이 변했더라고. 그러고서 생각한 게 '우리는 치킨집 하면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닭 손질이) 일이다 생각 안 하고, 습관적으로. 당연히 하는 걸로 생각하고. (전에 운영하던) 까치문구도 그렇고, 치킨집도 그렇고 재밌어. 음식 해 가지고 남을 맛있게 먹이면 그게 기분이 좋아. 그러니깐 나와서 이렇게 있지. 장사가 안 되두."
아주머니를 근사한 사장님으로 불러드리고 싶었다. 인터뷰가 끝나니 '아줌마'가 적절하다고 느꼈다. 아니, 호칭이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에 이윤 따지고 대접받기 좋아하는 사장님은 없다. 손님 생각해서 맛도 가격도 지키려고 애쓰시는 아주머니만 계신다.
말랑한 말투로 "어서 와, 뭐로 해줄까?" 반겨주시지만, 치킨에 한해서는 쉽게 휘둘리지 않는 이곳.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치킨집이지만, 그 안 구석구석 녹아든 아주머니의 신념은 누구와 크기를 견줄 만한 것이 아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공유하기
낙성대 '최애' 치킨집 사장님이 가게 문 열고 제일 먼저 하는 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