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활동가 윤지선 씨윤지선 씨가 집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윤지선
윤지선 활동가는 인터뷰 도중 "이 사업장도 창조 당한 곳인데"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 '창조'는 '창조컨설팅'을 일컫는다. 창조컨설팅은 심종두 전 노무사가 2003년에 만든 노무법인이다.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라는 이름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짰다.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등의 노조 14개를 무너뜨리고 수십억을 벌었다. '창조 당했다'는 말은 노조 파괴 시나리오로 인해 노조가 파괴됐다는 뜻이다.
윤지선 활동가는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가 일어난 해인 2009년 말부터 창조컨설팅과 같은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성행했다고 말한다. 이 시나리오에는 '구사대'가 등장한다. '회사를 구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설득, 회유, 협박의 3단계로 노조를 서서히 무력화해 왔다. 손배 소송은 협박 단계에서 진행된다.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보면 노동자가 아내랑 사이가 좋은지 안 좋은지까지 파악한다고 나와 있어요. 아내랑 사이가 좋으면 아내를 통해서 노조 활동하지 못하게 설득하는 거예요. 또 옛날 공장에는 신원보증이란 게 있어요. 예를 들어 한 동네 사는 사촌 동생이 사촌 형이 일하는 회사에 취직했을 경우 사촌 형이 동생 신원에 대해 보증을 서도록 해요. 만약 동생이 노조 활동해서 회사에 손실을 냈다고 판단이 되면 신원보증인인 형이 연대 책임을 지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노동자들이 서로서로 설득하도록 해요. 노조활동 하지 못하게."
설득이 안 먹히면 회유로 들어간다.
"노동자를 '산 자와 죽은 자로 가른다'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죽은 자는 해고대상자예요. 4천 명이 일하는 회사라고 할 경우 2천 명을 해고시킨다는 분위기를 해고 서너 달 전부터 조성해요. 그러면 누가 해고될지 몰라 노동자 사이에는 두려움이 생기잖아요. 그때 구사대가 쓱 와서 '내가 봤는데 넌 (해고) 아니야. 쟤는 맞는 것 같아. 너는 지금 회사 말 잘 듣고 가만히만 있어'라고 회유를 하는 거예요."
회유도 안 되면 마지막은 협박이다. 이 단계에서 손배 소송이 들어온다.
"조선시대 때 '효수한다'고 하잖아요. 목을 쳐서 문 앞에 걸어 놓는 거요. 그 효과를 하는 게 손배가압류예요. 기업은 노동자가 벌 수도 없고 낼 수도 없는 수십, 수백억을 배상하라고 해요. 물론 금액 자체도 공포스럽지만 손배의 위력은 다른 데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본보기 효과가 되는 거예요. '노조 활동하면 너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UN사회권위원회는 이걸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했어요. 굉장히 명징한 표현이에요. 기업이 사실상 받을 수도 없다는 걸 알면서 손배를 청구하는 건 결국 노동자를 괴롭히겠다는 거예요."
기업이 끝끝내 노조를 무너뜨려야 하는 이유
"노동 3권은 혼자서 행사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