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인간을 어떻게 조종하는가'라는 카피가 눈에 띈다
인물과사상사
이 책은 기술의 가장 민감한 쟁점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일상에 파고든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알고리즘 자동화와 플랫폼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어떻게 쥐어짜고 있는지, 인류세라는 절멸의 위기 앞에서도 여전히 깊어만 가는 기술 숭배가 어떠한 병폐를 낳고 있는지,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사태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정보 인권과 노동 인권의 침해는 없는지, 그리고 시민 사회가 주도하는 기술 대안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등.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 곳곳의 위기들을 드러내준다는 점에 더해 어떻게 하면 그 위기들을 넘어서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도 가능한 만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노력은 값지다.
플랫폼 자본주의와 알고리즘의 야만성
저자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알고리즘의 야만성(2장)'을 드러내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한때 디지털 플랫폼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를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그저 플랫폼이라는 기술 토대 위에서 유휴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배치에 방점이 찍힌 '온라인 중개 플랫폼' 경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봤다.
문제는 이러한 온라인 중개 플랫폼 경제에선 인간의 '산노동'도 거래 품목으로 다뤄진다는 점이다. 전통의 고용관계가 서비스 계약관계로 바뀌는 바람에 "플랫폼 노동의 지위는 점점 파편화되고 노동 위험과 비용 대부분이 개개인에게 외주화"되는 흐름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버나 에어비엔비 같은 몇몇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는 사이 "실질적인 노동이나 자원을 갖고 시장에 참여하는 프리랜서들의 지위는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는데, 저자는 이를 "'네 것이 다 내 것(what's yours is mine)'만 있는 플랫폼의 신종 독과점 질서가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마디로 도둑놈 심보에 다름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플랫폼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3가지로 나눴다. '기술혁신론'적 입장, '신기술 대세론' 그리고 '플랫폼 노동 비판론'이 그것이다. 기술혁신론은 스타트업을 비롯해 플랫폼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시장 행위자들의 시각이다. 새로운 기술에 뿌리를 둔 제품이나 서비스가 정부의 관료주의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한다는 불만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정부·관료 불신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흔한 기술 신화이기도 한데, 닷컴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사회 혁신과 자주 혼동하는 데 있다. 플랫폼 기술이 주는 효율의 논리가 사회발전으로 이어지는 양 오인하면서, 그들 스스로 사회 개혁과 혁신의 기수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다."(72쪽)
또 플랫폼 노동을 플랫폼의 여러 거래 가운데 하나로만 바라보다보니 이러한 기술 효율성 논리가 인간의 노동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현실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도 봤다. 가령, 택시 기사들의 분신을 두고 '죽음을 정치화한다'고 비꼬았던 어느 기업가의 발언을 두고도 "혁신론자들은 기술공학적 사고가 빠른 반면에, 공생의 사회적 감수성에 무딘 듯하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