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 교수의 책,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지식의숲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2020)를 보면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골목길 자본론>에 이어 내놓은 책이다. <골목길 자본론>에서 우리 경제를 일으킬 대안으로 골목 경제의 부흥을 주장했던 그가 이번 책에서는 골목 경제, 나아가 로컬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세력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경제학이 아닌 인문학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이란 게 대체 뭘까. 책에서는 '특정 계층이 공유한 가치와 생활 방식', '계급적 취향과 정체성을 구별하는 수단'으로 설명하고 있다. 흔히 라이프스타일을 '취향' 정도로 여기지만 저자가 말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세계관에 가깝다. 다시 말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또 어떤 태도로 삶을 개척해나가는가를 가르는 자기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다.
라이프스타일은 좋은 삶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역사관에서 파생한다. 일시적인 유행, 핫플레이스, 스타에 대한 추종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은 또한 단기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지역과 집단에서 오랜 세월 축적된 생활 양식이다. (9쪽)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때 새로운 시대정신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렇게 퍼진 새로운 시대정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비춘다. 저자에겐 지금이 바로 그렇다. 우리 사회가 "산업와, 민주화 시대를 넘어 자아실현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이른바 라이프스타일 시대에 돌입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라이프스타일이 그저 소비와 여가뿐 아니라 일과 사업 그리고 도시와 공동체 전반을 인식하고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렇게 나타난 변화가 사회와 경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고도 보았다. 여기에는 코로나19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일과 직장 중심으로 살면서 잊고 있었던 집, 일상, 거리, 동네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면서 동네에서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고 이웃과 소통하는 일이 삶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 책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공간(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를 끊임없이 묻고 또 제시한다. 결국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란 질문에 답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인 셈인데, 취향을 넘어 나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을 수 있게 그 근원과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본질을 통찰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사회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때, 나다움은 더 폭넓게 구성되며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일과 공간으로 연결될 수 있다. (6쪽)
지난 200년간의 라이프스타일 역사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운동으로 나타난 건 19세기, 그러니까 1800년대다. 산업혁명으로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된 부르주아 계급이 더는 사회의 진보를 이끌고 나가지 못하게 됐을 무렵,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세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바로 '보헤미안'이다. 부르주아와 그들이 대표하는 산업 사회 엘리트 문화가 '물질주의'였다면, 보헤미안은 이에 맞서 '탈물질주의'를 앞세워 등장했다.
이처럼 저자는 '라이프스타일의 본질'이 "나와 물질의 관계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물질주의가 물질을 삶의 중심에 두고 물질적 성공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라면, 탈물질주의는 물질과 독립된 삶을 추구하면서 개성, 자기표현,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윤리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탈물질주의는 물질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는 뜻일 뿐 황금을 돌처럼 봐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보헤미안의 뒤를 이어 1960년대엔 히피가 나타났고, 1990년대엔 보보,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힙스터와 노마드가 탈물질주의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운동의 흐름을 이어왔다.
책에서는 19세기 지배 계급(부르주아)에 대한 반문화로 유럽에서 모습을 드러낸 라이프스타일 운동(보헤미안 문화)이 20세기 실용주의와 대중문화 그리고 저항 문화를 주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1960년대의 격변기를 거치며 주류 문화로 단숨에 올라서기도 했는데 저자는 이를 '라이프스타일 혁명'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선 주류 문화로 올라선 저항적 라이프스타일이 국가 산업의 경쟁력으로도 이어졌다. 나이키, 스타벅스, 애플, 홀푸드마켓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 기업들이 1970년대 보헤미안, 히피, 보보 등의 라이프스타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른바 '라이프스타일 기업'들이다. 저자가 미국을 라이프스타일 강국으로 꼽는 이유다.
스티브 잡스는 히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