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청각 앞에 우뚝 들어선 철길이 낙동강 앞을 꽉 막고 있다. 12월 중순 중앙선이 이설되면 달라질 풍경이기도 하다.
박장식
영주를 떠나 안동으로 가는 길의 반절 정도는 잘 닦여 있다. 2013년 영주댐 공사로 인해 일부 구간이 수몰되며 문수에서 옹천 가는 철길을 미리 개통했기 때문. 하지만 영주와 안동의 경계인 옹천 즈음에 오면 다시 원래의 선로로 내려와 달리기 시작한다. 이따금씩 터널도 지나고, 평탄한 논밭도 지나는 전형적인 시골 철길이다.
중간에 지나는 마사역과 이하역은 2007년 이후, 서지역은 2006년 이후 승객을 받지 않는데다, 역을 지키는 사람도 없어 입구가 막혀 있는 간이역이다. 인근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지만, 값이 헐한데다 더 자주 다니는 버스 등에 수요를 모두 뺏긴 지 오래인지라 서울, 원주나 대구 쪽으로 마실 나갈 일이 아니고서야 열차를 탈 일이 없었던 동네들이다.
하지만 마주오는 열차를 잠시 비켜주는 곳으로는 세 역만큼 제격인 곳이 없었다. 세 역은 안동 종점에 조금 늦게 들어오는 열차가 안동역에서 제 시간에 출발한 열차를 비켜주는 곳이기도 했고, 여객 열차가 느릿느릿 석탄을 싣고 가는 열차를 추월해 지나가는 곳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도 이번 겨울이 지나면 볼 수 없다.
서지역에서 열차가 몸을 크게 한 바퀴 돌면 낙동강변이 보인다. 월영교 뒤에는 멀리 안동댐도 보인다. 낙동강의 강변을 따라 2.5km 정도를 달리는데, 그 가운데에는 임청각과 고성 이씨 탑동파종택을 지난다. 두 곳은 80년 전 일제에 의해 중앙선이 부설되었을 때 큰 아픔을 겪었던 곳이기도 하다.
국보 182호로 지정된 아흔아홉 칸 규모의 고성 이씨 종택 임청각.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고택으로도 이름이 높다. 하지만 이 집은 독립운동의 전진기지 역할로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독립운동가 이상룡 선생이, 그리고 이상룡 선생의 집안에서 배출한 11명의 독립운동가가 일제에 맞서 싸운 중심지가 바로 임청각이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