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시인“홍사용의 무덤은 저에게 왕릉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눈물의 왕이니 ‘누릉’(淚陵)이고,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글쓰기는 ‘누릉일기’(淚陵日記)입니다. 저는 이 무덤을 지키는 ‘능참봉’(陵參奉)입니다."
한준명
"홍사용의 무덤은 저에게 왕릉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눈물의 왕이니 '누릉'(淚陵)이고,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글쓰기는 '누릉일기'(淚陵日記)입니다. 저는 이 무덤을 지키는 '능참봉'(陵參奉)입니다. 제 시쓰기의 30년 여정이 동탄에 머무를 수 있었던 이유도 능참봉으로 홍사용을 지키고 알리기 위함입니다."
손택수의 시는 부드럽다. 과거의 상처마저 부드럽게 감싼다. 그래서 그의 시를 '상처의 서사를 보듬는 서정의 수사학'이라 명해도 되겠다. 젓갈통 속 새우의 몸통이 다 삭아도 눈빛만은 온전히 남아 있듯이 "무시무시하다/ 그리움이여/ 지워지지 않는 눈빛이여"(「눈빛」)라며 모든 일상의 기억을 시 속에 소환한다. 현재가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다. "가만히 맥박처럼 짚어보"(「가만히 맥박처럼 짚어보는 누군가」)면, 그 모든 상처의 기억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홍사용문학관의 소극장인 '산유화극장'에서 진행된 손택수 시인의 문학 강연은 한편의 대학로소극장 모노드라마를 본 후의 느낌을 준다. 그가 담담한 어조로, 뜨거운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시와 삶과 예술에 대한 회고와 전망은,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어린 시절과 문학소년 시절과 문청 시절과 중년의 삶을 넘나들면서 각자의 서사로 재구성된다. 수없이 많은 사연이 소극장 안의 눈망울과 교감하며 넘고 뛰고 맺다가, 다시 시인의 눈빛에 닿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