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예쁜 산내 뚝방길이렇게 물들어가던 때 산내를 떠나게 되었다. 절을 오갈 때도 그렇고 종종 다니던, 차가 별로 없어 좋았던 길이 이젠 추억 속 한 장면으로 남겠지.
이진순
지금은 지리산 집을 팔고, 제주도 전셋집을 구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이별밥과 술을 나누고, 목기장인 친구에게서 목기도 선물받고, 마침 수확철이라 이웃의 햅쌀도 선물받고, 지리산의 정다운 기운을 품에 안고 귀향을 준비 중이다.
가끔 이곳 풍경을 보면서 '이 풍경도 이제 얼마 안 남았구나'라는 생각으로 마음 속에 스산한 바람이 일기도 한다. 마당에서 보이는 천왕봉도, 기분 좋은 밤공기도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며칠 후 이사를 해야 해서 집에는 짐 박스들이 쌓여 있다. 이렇게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나 보다.
51살의 제가 91세의 당신을 돌보러 갑니다
가끔 지금의 내 나이인 '51세의 어머니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1980년, 51세였던 그녀는 제주도 구좌읍 김녕리의 교회에서 목회자의 아내로, 여덟 자녀의 어머니로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