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쯤, 10년 뒤로 양보하는 미니멀리스트.
최다혜
한국인처럼 자원 소비를 하면 지구 3.5개 필요
내 얘기인데 남 얘기 같을 때가 있다. 초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조천호 박사가 '한국인은 지구 3.5개어치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2018년 기준)라고 알려준 때가 그랬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나는 지구 1개어치 일 거야'라는 한가한 생각을 했다.
궁금했다. 집안 전구들도 LED로 교체했고, 우유를 살 때에도 비닐 사용을 최소화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했다. 비닐도 여러 번 씻어 쓰며 식비도 4인 가족 하루 15000원으로 제한한다. 이런 내 삶을 유지하는 데는 몇 개의 지구가 필요할까?
생태발자국을 계산해주는 사이트(https://www.footprintnetwork.org)로 들어가 직접 계산했다. 총 11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① 육식 비중 ② 로컬 음식(음식 생산 거리 320km 이하)과 가공 식품의 비중 ③ 주거 형태 ④ 집을 지은 주재료 ⑤ 가족 수와 평수 ⑥ 가정 내 에너지 효율 ⑦ 재생 에너지 비율 ⑧ 물건을 얼마나 많이, 자주 사는지 ⑨ 일주일 차량 주행 거리 ⑩ 연비 ⑪ 카풀 비중 ⑫ 대중교통 이용 거리 ⑬ 비행기 이용 시간.
59㎡ 콘크리트 아파트, 4인 가족, 일주일에 자동차로 100km 주행하는 우리집 기준으로 지구 1개어치의 살림을 계산해봤다. 지구 2.2개였다. 기후 악당.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가 맞았다. 세계인의 자원소비 평균은 지구 1.7개어치 만큼이라던데, 평균치를 갉아먹는 축에 속하다니! 오기가 생겼다.
그렇다면 지구 1개어치로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사이트의 첫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지구 1개어치가 나올 때까지 생활 양식을 조절해봤다. 결국 어떻게 살아야 지구에 덜 해롭게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첫째, 식탁을 바꿔야 한다. 채식을 지향하고 육식을 때때로 가끔만 먹어야 했다. 그리고 320km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고, 가공식품과 포장음식을 식탁에서 10% 이하로 줄여야 했다.
나는 일단 고기를 좋아해서 난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육식 비중에 대한 답으로 '매일'도 해보고, '일주일에 몇 번'도 넣어봤다. 소용 없었다. 고기 비중이 늘어날 때마다 내게 소모되는 지구가 0.4개씩 늘어날 뿐이었다.
결국 남편과 나는 고기를 줄이기로 했다. 회사에서 먹는 점심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최소한 우리집에서 만큼은 내 돈 주고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를 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일주일에 한 두 번 닭고기를 먹기로 했다. 단백질 100g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봤을 때(2018, poore and Nemecek, 사이언스), 소고기가 단백질 100g당 약 5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때, 가금류는 5.7kg만 배출하는 덕이었다(인용 기사 :
기후위기 시대, 채식이 지구를 살린다). 물론 내 생각만 할 수는 없어 남편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나: "괜찮겠어? 고기 정말 좋아하잖아."
남편: "지구가 미쳐 돌아가는 꼴을 보니 안 할 수가 없네."
우리는 그렇게 내돈내산 붉은고기를 없애고, 일주일에 한두 번 닭고기를 먹는, 물렁한 채식 지향 생활을 3개월째 실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