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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보물' 두가천에 시멘트를 바른다니... 가슴이 철렁

홍수 예방?... 동네 주민이 곡성 두가천 하천정비사업을 우려하는 이유

등록 2020.12.31 11:15수정 2020.12.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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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가는 길 마을 초입 하천 모습 ⓒ 김영희

 
지난 5월, 평소에는 농사에 바빠 서로 얼굴 마주하기도 힘든 마을 분들이 모처럼 회관에 모였다. '두가천 하천기본계획 수립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 자리였다.

설명자료에 의하면 하천기본계획 수립 목적에는 '두가천 본류 및 주요지천, 하천연안의 농토 및 가옥을 홍수피해로부터 보호하여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주민의 안정된 영농생활을 위한 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후 10월, 곡성군 홈페이지에 주민의견 청취공고(두가천 하천재해예방사업인정에 관한 주민 등의 의견 청취 공고)가 한 번 실린 것으로 보아 사업추진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인근 하천들에 대한 지속적인 정비비사업이 있었고 재작년에는 바로 옆 마을 하천정비사업이 있었는데 우리마을 차례가 된 모양이었다.

두가천은 마을의 보물인데...
 

마을 뒤편 계곡 큰 산 못지 않은 웅장한 바위들과 소가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마을 계곡 ⓒ 김영희

 

마을 앞 개천 마을 앞 개천의 자연스러운 모습 ⓒ 김영희

 
두가천이 흐르는 우리 마을은 섬진강변에 있는 마을이다. 강으로 흘러드는 두가천 옆길을 따라 1km 정도 걸어 들어가면 산으로 둘러싸인 안온한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정자 옆에 서 있는 수령 300년이 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말해주듯, 오래된 마을이다. 마을 뒤로 이어지는 계곡과 산의 풍광이 좋아서 이 마을에 들어와 산 지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해마다 여름이면 크고 작은 태풍과 장마가 있었으나 마을에 별 피해가 난 것은 보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기록적인 장마와 집중폭우, 제방 붕괴로 섬진강변은 피해가 속출해서 강가의 논밭과 집들이 물에 잠기고 마을 입구까지 물이 차올라왔지만 정작 마을 안은 이렇다 할 피해가 없었다. 몇 군데 논둑이 조금씩 주저앉거나 흘러내린 정도라고 할까.

대대로 이 마을에서 살아온 전 이장님이 '우리 마을은 조상님이 터를 잘 잡아서 태풍이나 홍수 피해가 없는 마을'이라고 자랑한 적이 있는데, 포근하게 감싸주는 산자락 양지바른 기슭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산자락이 끝나는 지점에는 멀리 마을 뒤 계곡에서부터 이어지는 하천이 흐르고 있어 예전부터 물이 좋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이 마을이 베 짜는 마을로 유명했는데 지척에 개천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베틀에서 짠 베를 삶아서 널려면 근처에 개천이 있어야 손쉬운 까닭이다.


하천이라고는 했으나 물길을 따라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들이 곳곳에 널려 있어 여느 큰 산 계곡 못지않은 웅장하고 기기묘묘한 자태를 자랑한다. 예전에는 마을 앞 개천에서 여름이면 멱을 감고 더위를 식히며 놀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도 마을 윗당산 옆 개울은 알음알음으로 찾는 피서지가 되고 있다.

평소에는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를 대주고 휴식처를 제공하는가 하면, 큰비라도 올 때는 산비탈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이 바로 강으로 흘러가게 하는 수로 구실을 하여 홍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은 실로 이 마을의 보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생태적으로도 비교적 오염이 덜 된 곳이라서 하천바닥에 아직 다슬기가 널려있고 가끔 섬진강에 사는 수달이 마을 앞 개천까지 올라온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달은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로 보호받고 있는 종이다. 이뿐 아니라 마을 부근에 역시 멸종위기동물인 황금박쥐 서식지가 있어, 어쩌다 당산나무로 날아온 황금박쥐가 까치에 쫓겨 떨어져 있는 것을 신고하자 구례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직원이 신속히 출동하여 고이 넘겨받아 간 일이 있다.
   
요새 보기 어려운 부엉이도 본 적 있는데 인근 곡성 용주사에 천연기념물(제324-2호)로 보호받고 있는 수리부엉이가 산다고 하니 우리마을 앞 부엉이 역시 수리부엉이일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지 구실을 하는 우리 마을 앞 하천은 생태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보전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시멘트 바른 하천에 수달이 올까  
 

이웃마을 하천 하천정비사업을 마친 이웃마을 하천 모습 ⓒ 김영희

 

마을 하천에 설치된 보 마을 하천에 이미 설치된 보 ⓒ 김영희

 

마을 하천 모습 다리 설치공사로 인해 바닥까지 시멘트로 덮여있다. ⓒ 김영희

 
이렇듯 마을의 크나큰 자산인 두가천을 대상으로 하천정비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자료에 의하면 사업 구간은 1.02 km이고, 사업내용은 현재 하천에 설치된 다리 7개를 전부 재가설하고 보 및 낙차공 8개소(4개소 재가설)를 가설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사업 기간은 1년 6개월 잡는다고 한다.

홍수 예방을 위해 지금의 다리를 부수고 높이를 높여서 새로 놓는다 하는데, 다리가 높아지면 하천 양쪽 옹벽을 새로 높이 쌓아야 할 것이고 다리와 이어지는 길도 높여야 할 것이다. 또 1.02km 구간의 하천에 보 및 낙차공 8개소를 가설한다면 결국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바닥은 시멘트와 인공구조물로 뒤덮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동안 곡성군 내에서 시행된 여러 소하천 정비사업의 예산이 평균 20억 원이었다. 재작년에 하천정비를 마친 옆 마을의 사업비는 20억 원을 훨씬 상회했다. 옆 마을과 환경이 비슷한 우리 마을 하천정비사업에도 그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20억 원이라는 예산도 예산이지만 하천정비 사업을 하고 나면 지금의 하천 모습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하천 모습 대신 시멘트 옹벽에 갇힌 하천 모습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마을 하천에도 그동안 하천정비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리를 놓느라, 보를 설치하느라 하천바닥이 시멘트로 덮인 곳이 아주 없지는 않다. 2011년 하천 일부 구간에 옹벽과 보 및 낙차공 설치 사업이 있었는데, 당시 마을에 물건 배달하러 멀리서 잠시 들른 분이, "2억을 들여서 저 아까운 데를 건드리다니"하고 내뱉던 한탄의 소리가 기억에 생생하다. 낯선 외지인의 눈에도 마을 앞의 하천이 더없이 아름답고 소중해 보였던 것이다.

이번 두가천 하천정비사업이 예정대로 진행이 된다면 그 규모는 이전과 비할 수 없을 것이다. 1.02 km 하천 구간을 완전히 파헤쳐 새로 옹벽 쌓고 다리 놓고 보 설치하는 대대적인 사업이다. 

사업이 진행되는 1년 6개월간 마을은 소음과 흙먼지 등에 휩싸일 텐데 마을 사람들이야 참고 견디겠지만 수달과 황금박쥐, 부엉이들은 어디로 갈까. 사업이 끝나서 시멘트로 둘러싸이게 된 하천에 수달이 돌아올 수 있을까.

동식물이 점차 사라지고 종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면 언젠가는 사람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겪고 있는 기후 변화, 코로나 사태가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홍수 예방이라는 의도는 좋지만 지리적으로 홍수 방지에 유리한 자연조건을 갖춘 산골 마을까지 일률적인 하천정비사업을 벌여야 할지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자연경관과 생태계 훼손은 매우 치명적이어서 종국에는 우리의 삶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성이 보장된 생태계를 우리 후손도 누릴 수 있도록 보전할 의무가 있다.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마을하천의 모습을 큰 예산을 들여 인공적인 모습으로 변형시켜버린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나중에는 돈 내고 구경하러 올만 한 데를 돈 들여서 시멘트로 발라버린다니..." 마을의 하천정비계획 소식을 들은 어느 주민의 탄식이다.

홍수 피해가 우려된다면 충분한 조사를 하여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의 규모로,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자연스러운 경관유지 공법으로 시행할 수는 없을까.
#전라남도 #곡성 #하천정비사업 #섬진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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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두계마을에서 텃밭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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