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본소득 공론회
월간 옥이네
안내중학교 전교생 18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서울시 청년허브를 통해 지원받은 예산으로 10만 원씩, 2회에 걸쳐 1인당 총 20만 원을 지역화폐인 향수OK카드를 통해 지급했다. 학생들은 기본소득을 소비한 날마다 일지를 작성했다.
청소년들이 작성한 사용일지에는 '가족에게 밥을 살 수 있었다', '친구와 자주 만나 놀 수 있게 됐다', '꿈과 관련된 도서를 구매했다'는 등 기본소득을 단순히 소비한 게 아니라 관계 형성과 미래를 위해 사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Too의 이해수씨는 실험 결과를 공유하며 "소비 내용 중 놀이시설을 이용한 경우가 하나밖에 없었다"며 "그만큼 지역에 청소년 놀이시설이 부족하다는 증거"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읍에서는 미용실, 편의점, 문구 등 사용처가 다양했던 반면, 면에서는 마트와 식당밖에 없었다"며 실생활에 필요한 소비처의 읍면간 불균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 실험에 직접 참가한 청소년이 느끼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은 무엇일까. 안내중학교 강백두 학생은 "친구들과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가정도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 친구들도 공평하게 관계를 형성하고 꿈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관계 형성'의 중요성에 대해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 오정오 공동대표도 힘을 실었다. 교사인 그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자립, 자존감, 독립 그리고 관계다. 그것도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라고 느꼈다. 기존에도 국가에서 청소년을 위해 예산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 자립심, 자존감, 관계 형성이 얼마나 이루어졌느냐를 따져본다면 기본소득에 지원되는 예산은 그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내중학교 학부모이자 지역 주민으로 자리에 참석한 박연화씨는 학생들의 기본소득 사용 과정을 지켜본 소감을 공유했다. 그는 "처음에는 학부모들이 '큰돈을 막 쓰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많이 했다.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돈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함께 모여 '같이 무엇을 할지' 적극적으로 의논하는 모습이었다"며 "소비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을 적립할 수 있고 사용처도 넓어진다면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돈을 모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자립심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의 득과 실에 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기본소득 지급 전, Too는 실험을 진행하는 안내중학교 전교생에게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지역 경제 선순환이라는 목적이 있었지만 실제 지역화폐를 사용하다 보니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만 14세 이상만이 지역화폐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성인 보호자를 통해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다 보니 그 내역이 모두 보호자에게 공개되는 것. 이는 청소년 스스로 온전한 소비를 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따르기도 했다. 또한, 지역화폐 사용이 되지 않는 상점도 있어 사용 시마다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어려운 점으로 꼽혔다.
다양한 의견으로 만들어 갈 다채로운 청소년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