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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직전 구조된 천연기념물 독수리의 1박2일

[현장] 반쯤 풀린 눈, 흩어진 깃털... 금강에 나타난 독수리 관찰기

등록 2020.12.31 12:46수정 2020.12.3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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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부어오는 강바람에 모래가 날려 깃털과 콧잔등까지 모래가 묻은 상태에서 탈진상태로 빠지고 있는 독수리. ⓒ 김종술

   
뚝 떨어진 날씨는 한낮에도 영하 10도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혹독한 자연환경에 내몰린 야생동물들이 강추위와 먹이부족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금강을 찾았던 독수리가 탈진 상태로 내몰렸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4대강 금강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찾았다가 이틀간에 걸쳐 보고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지난 29일 오전 8시경 충남 공주시 공주보 상류 500m 지점 고마나루터 앞 모래사장에서 천연기념물 제243-1호인 커다란 몸짓에 독수리를 처음 만났습니다.

첫 대면
 

29일 처음 발견 당시에 까치와 까마귀들이 괴롭히자 기자가 있는 가까운 곳까지 다가오고 있다. ⓒ 김종술

   
까치와 까마귀가 독수리를 둘려 싸고 깃털을 물고 늘어지기도 하고 발길질을 하면서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한두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의 집단 공격에 커다란 부리로 고갯짓을 해보고 날카로운 발톱을 차보았지만, 느린 몸짓으로 대항하기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처음 물가에서 수난을 당하던 녀석은 집단으로 달려드는 괴롭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도움을 요청하듯 천적인 제가 있는 곳까지 다가왔습니다.

10여 년간 금강을 취재하면서 봤던 독수리는 수십 마리 또는 몇 마리가 공중을 빙빙 돌다가 고라니 사체 등 동물의 먹이가 있으면 바닥에 내려앉아 먹이를 먹고 떠나거나, 주변 나뭇가지에 앉아 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까치나 까마귀들이 몰려들어 먹이를 빼앗으려 싸우는 모습을 보았지만, 이번처럼 한 마리가 집단으로 당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상태가 아님을 직감적으로 파악했습니다.
 

29일 발견 당시에 까마귀가 귀찮게 하자 하늘을 날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였지만, 하루 만에 급격하게 악화했다. ⓒ 김종술

   
독수리가 기자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까치와 까마귀는 물러갔습니다. 녀석들이 사라지자 50m쯤 날아서 모래톱이 내려다보이는 주변 자갈밭에 앉았습니다. 한 시간가량 지켜보았지만, 더 이상의 괴롭힘은 없었으며 날개깃을 손질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서 별일 아니라고 안도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후 늦게 다시 찾았지만, 주변을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건강을 찾았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변에 흩어진 깃털과 어딘지 부자연스러워 보이던 모습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30일 이른 아침에 다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강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눈발이 날리고 기온은 영하 8도까지 뚝 떨어져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공주보부터 어제 처음 녀석과 만나던 고마나루 장소까지 걸으면서 강변을 샅샅이 훑었습니다. 까치와 까마귀 무리만 사이좋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넓은 모래사장에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고라니 여섯 마리가 강변을 뛰어다니며 노니는 모습에 빠져 잠시 한 눈이 팔려 있다가 인근 갈대밭 사위에 앉아있던 독수리를 다시 발견했습니다.

꼼짝 안고 앉아 있는 것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그러나 오전 10시 오체투지환경상 영상을 찍기 위해 금강을 방문하는 김성환 감독님과 약속이 잡혀 있어서 잠시 자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일단 철수해서 감독님과 합류하여 다시 금강으로 향했습니다. 혹시나 모래톱에 내려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덜 주기 위해 고라니가 다니던 상류 갈대밭 사이로 조심스럽게 이동했습니다.


구조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진 강변에 탈진 상태로 빠져든 독수리. ⓒ 김종술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진 물속에 부리를 넣고 탈진 상태로 빠져든 독수리. ⓒ 김종술

   
짐작대로 녀석은 물가 모래톱에 앉아 있다가 경계심을 가지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작은 할미새들이 주변을 날아다니며 녀석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목이 말랐는지 연신 강물을 퍼마시던 녀석의 눈매는 반쯤 풀린 상태로 어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탈진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녀석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성큼성큼 다가갔지만,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충남 예산군에 있는 구조센터에서 이곳까지 50분에서 1시간가량 소요되는 것을 알았지만, 공주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하면 다시 충남 구조센터로 옮겨갈 것을 알았기에 더디더라도 안전한 길을 택했습니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녀석이 긴장을 풀지 않도록 3m가량 가까운 거리의 모랫바닥에 앉아서 녀석과 눈을 마주 보고 있었습니다. 영하 10도지만, 체감온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세찬 강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바람이 흙먼지를 날리며 날아들어 녀석의 깃털에도, 콧잔등에도 묻었습니다. 연신 물속에 부리를 떨구는 녀석이 잘못될까 봐 기다리는 동안 SNS 실시간 생중계를 통해 알렸습니다.

방송하는 도중에도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이 열리고 넓은 모래톱이 생겨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대강 초기처럼 수문이 닫혀 있었으면 물이 깊어서 오랜 시간 기다려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해처럼 펄층이 다 씻기지 않았다면 접근 자체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 대원이 강변 물속에 앉아 있는 독수리를 포획하기 위해 두꺼운 이불을 들고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 ⓒ 김종술


1시간가량이 흐르고 구조대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초행길인 구조대가 길을 잘못 들까 걱정되어 쏜살같이 뛰어서 구조대를 이끌고 독수리가 앉아 있는 곳으로 안내했습니다. 커다란 이불로 녀석을 감싼 구조대원은 한순간에 제압했습니다. 기력을 다했는지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몸을 맡겼습니다. 녀석을 안고 왔던 구조대원은 차량에서 큰 틀 바구니에 안전하게 넣었습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단은 검사를 해보고 기력을 찾게 해서 큰 문제가 없다면 자연 방사를 할 것입니다."

구조대원의 말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치료가 시급했기에 더는 구조대원을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서둘러 차를 타고 떠나는 녀석을 보면서 잘 치료받고 부디 기력을 되찾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무사히 겨울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배웅했습니다.

야생동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29일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건강한 모습의 천연기념물 제243-1호인 독수리였다. ⓒ 김종술

   
동물의 사체를 먹어 야생의 청소부로 불리는 독수리는 수릿과 조류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맹금류입니다. 11월부터 몽골에서 찾아든 독수리는 해마다 700~1000마리 정도가 3월까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몽골로 떠납니다. 그러나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먹이 주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숫자가 줄어들고 배고픔과 탈진으로 인해 떼죽음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금강 같은 경우에는 독수리를 위해 따로 먹이를 주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야생동물의 사체를 찾지 못할 경우에 탈진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지난해 공주에서 부여로 향하는 백제큰길 도로변에 로드킬로 죽은 고라니 사체를 놓고 50여 마리의 독수리들이 몰려들어 싸움이 벌일 정도로 혹독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국이지만 야생동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문명의 발달로 인간이 지구의 모든 만물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한낱 인간도 동물의 한 부류입니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야생동물이 살지 못하면 인간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 #독수리 구조 #천연기념물 #공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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