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날개짓새해에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날갯짓을 해보면 어떨까
김현진
사람들은 꿈이나 소원, 계획으로 실질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익숙하다.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어느 정도 연관이 있고 가능성도 있어야 희망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학생이라면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걸 바라고, 고3이라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소원으로 삼는다. 적당한 때가 되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거나, 돈을 많이 벌고 승진하는 것이 새해의 계획이 된다.
나의 새해 계획도 대체로 그런 수순을 밟아왔다. 일련의 과정을 모두 겪고 나서야 조금 다른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여행을 가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던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에 도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동안은 매해 똑같은 다짐을 반복했다. 운동과 독서, 영어 공부가 그렇다. 뻔하고 재미없고 용기도 없는 계획이었다.
아이가 서슴없이 외쳤다. "나는 화가가 될 거야!" 그림 그리는 걸 특별히 좋아하거나 눈에 띄게 잘 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하는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용기가 좋았다.
아이들은 마음껏 꿈을 꾼다. 주변의 시선이나 환경, 미래의 삶 따위에 갇혀 가능성에 한계를 긋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꿈이란 그런 거다. 누구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다. 한계도 조건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꿈에서 조차 가능성을 계산하고 조건을 따진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지 못한다.
학업을 마치고 취업과 결혼까지,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통과하고 나서야 조금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순전히 좋아서 해보고 싶었던 걸 시도하고 나만의 기쁨을 찾기 위해 마음을 기울였다.
첼로나 드로잉, 베이킹과 꽃을 배우고 집안을 내 취향으로 꾸미고 식물을 키웠던 게 그렇다. 하지만 출산을 하고 육아에 매몰되면서 꿈도 계획도 잊어버렸다. 집과 아이만 보고 살았던 몇 년이었다. 생활의 반경이 줄어든 것 만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크기가 작아졌다.
작년 이맘때 했던 새해 다짐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게 되는 것'이었다. 세상은 넓고 무수한 사람들과 생명체가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늘 보던 것만 보고 익숙한 길로만 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눈 앞에 존재하는데도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때로는 같은 책을 읽어도 남들이 모두 알아채는 것조차 보지 못할 때가 있었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책을 읽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글쓰기였다. 쓴다는 것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세심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일이다. 글을 쓰는 길에는 알지 못했던 내가 있고, 보지 못했던 타인이 있었다. 사라졌던 과거가 살아나고 알 수 없던 미래가 예감처럼 흘러 들었다. 글을 쓰는 사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을 터득해갔다.
새해 첫 날 세웠던 바람이 은연중에 삶을 이끌었던 한 해였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겠다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보내던 날들에 더 세심하게 반응하게 했다. 매일 글을 쓰는 모임에 가입했고 새벽 기상을 실행하며 글을 썼다.
쓰기 위해 순간에 조금 더 오래 머물렀고 생각을 되짚었다. 써야 한다는 마음이 순간을 잡자 흘러가던 삶이 점점 다가왔다. 멀리 달아나던 삶이 내 곁에서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글을 쓰자 삶은 달라졌다.
"꽃이 될 거예요!"
아이의 바람은 한 차원을 더 벗어난 것 같다. 그런데 나도 그런 계획이나 꿈을 꾸고 싶다. 엉뚱하고 터무니없지만 아름다운 꿈. 새해에는 모두가 조금은 색다르고 엉뚱한, 하지만 아름답고 멋진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꿈은 우리 삶을 조금 다른 곳으로, 약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새해에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꿈이나 계획을 세워봐야 겠다.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날갯짓을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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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겠다"는 아이, 나도 그런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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