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 자취방
정누리
C는 도쿄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5년 동안 네 번 이사를 했다. 일본에서 부동산 계약을 할 때는 한국과 달리 보증금, 월세 이외에 레이킹(れいきん、礼金)이라고 하는 사례금이 나간다.
이는 집주인에게 감사의 뜻으로 지급하는 돈으로, 대략 월세 한 달 분의 금액이다. 물론 퇴실 시 돌려받지 못한다. 더해서 부동산 중개수수료, 화재보험 등의 부가적인 금액을 합하면 한 달 월세가 6만 엔(약 63만 원)일 경우, 첫 입주에 약 30만~40만 엔(약 315~420만 원)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힛코시빈보(引越し貧乏)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사를 자주 다닐 수록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가난해진 상태를 말한다. 주변에서는 '유학생'이면 온전히 학업에 집중하는 줄 알았지만, 정작 본인은 다달이 빠져나가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알바를 그만둔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관공서를 방문하는 것과, 외국인 신분으로 관공서에 가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비자, 주민신고, 연금, 보험. 하루 걸러 관공서를 방문하다 보니 나중에는 이곳이 집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안 나왔다. 전기도 끊겼다. 알고 보니 전기세와 수도세 납부하는 것을 까먹은 것이다. C는 부리나케 전화해서 돈을 납부했다. 타지에서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것이 때로는 힘겨웠지만, 그래도 지금 보면 재밌는 추억이라고 했다.
C는 현재 자취 생활을 청산했다. 만약 다시 자취를 한다면, 월세 아깝다고 집 안에만 있지 않고, 바깥 경험을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현지 여행도 많이 가고, 국제교류 프로그램에도 많이 참여할 것이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혼자 밤에 영화를 보러 가고, 노래방도 갔던 기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했다. C는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자유는 비싸다. 비싼 만큼 충분히 즐겨라."
자취 선배인 이들은 필자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새둥지 자취생 이야기'에 대해 여러 조언을 해줬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자취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밥을 시간 상관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단점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혼자서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를 해먹는 모습이 신기하고 대단하다. 본가 생활과 자취 생활에 차이가 없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친구들을 초대하기 시작하면 집이 타인의 아지트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선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들은 말했다. 정말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낀 때는 성인이 됐을 때도, 첫 직장에 출근했을 때도 아닌 '홀로 살기'를 시작했을 때라고. 혼자서 고지서를 받아 보고, 집주인과 얘기하고, 접시를 깨뜨려 혼자서 그걸 치우고 있을 때 자신이 성인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주머니가 탈탈 비어 컵라면으로 때운 기억도 시간이 지나서는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다. '자유는 유료다'를 외치는 자취생들은 지금도 자신의 둥지를 짓기 위해 나뭇가지를 주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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