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형제바닷가에서 조그만 배 위에 올라 끙끙거리는 형과 아우.
문운주
종이 사진을 스캔해서 디지털 파일로 만들었다. 여기저기 처박혀 있던 것들이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전자 우편으로 아이(?)들에게 보내주었다. 연대와 장소, 행사 등으로 분류해서 필요할 때 찾기 쉽도록 했다.
앨범에 넣어 두면 넘겨가며 보는 재미도 있지만 보관이 힘들다. 장롱 깊숙이 넣어 가족들이 모일 때 추억을 되새기며 펼쳐 볼 수는 있다. 그건 간혹 있는 일이다. 곰팡이가 피어 냄새도 만만치 않다. 차라리 파일로 보관했다가 영상도 만들고 웹에 올려 공유하는 것이 활용도가 높다.
지금은 스마트폰 등으로 사진을 찍으면 파일 저장이 되지만 당시는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길지 않은 삶의 흔적들이 녹아 나 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수없이 이사도 다니고, 여기저기 여행도 가고 참 다사다난했던 인생 여정이었다.
80년대, 지금처럼 국내 여행이 활발하지 못했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교통이 원만하지 못하여 큰마음을 먹지 않으면 가족이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완행버스를 몇 번 갈아타야 계곡이나 사찰, 해수욕장 등을 갈 수 있는 때의 사진들이다.
복사 전문점에서도 맡길 수 있지만 워낙 자료가 많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복합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전자상가에서 알아보니 보통 가정에서 쓸 만한 기기는 십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었다.
기왕에 작업하는 김에 고해상도로 설정했다. 복합기(스캐너)에 넣고 한 장 스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분 정도... 앨범에 끼워진 사진, 비닐봉지에 아무렇게나 담긴 사진 등 만 장은 넘는 듯했다. 아내는 그냥 버리자고 하지만.
홍도에 가서 뱃길이 막혔을 때가 제일 막막했다. 주인집에 아이 둘을 맡기고 막내아들, 아내와 2박 3일 홍도에 갔다. 배를 타고 멀리 여행한 것도 처음이었다. 망망대해 수평선 멀리서 다가오는 작은 섬, 그리고 기암괴석 들... 가슴이 뻥 뚫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