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면담요청 온 대학생이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글

등록 2021.01.07 13:47수정 2021.01.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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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학생들이 4일 민주당 당사를 찾아가 이낙연 당대표 면담요청을 요구하고 있다. ⓒ 하인철


지난 4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당론 채택과 이명박 박근혜 사면론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낙연 당 대표가 면담에 응할 때까지 농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중 한명인 대학생 강우주씨가 7일 편지를 보내왔다. 농성 4일차를 맞은 그는 "우리들은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라면서 "'윤석열 탄핵안을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 '이명박근혜 사면론 완전 철회'에 대한 이낙연 당대표님의 의견을 직접 들을 때까지, 우리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 할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편지 전문. 

 
어느새 민주당 당사 4층에서 3일 차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땐 건물에 아무도 없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고요했습니다. 누구하나 나와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금방 면담을 성사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에 당대표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무실 공기의 흐름이 적막해질 수록 실망감과 안타까움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면담 요청을 이어간지 3-4시간이 지났을 때쯤에야 돌아온 반응은 "여기서 이래봤자 소용없다.", "좀 조용히 해달라"는 말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귀를 의심했던거 같습니다. 민주당이 그동안 국민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가... 차가운 바닥에 앉아 목청 높이고 있는 국민들은 본채만채 귀닫고 있는 이 곳의 모습이 민주당의 모습을 비추는 것만 같아 차오르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던거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지고, 이대로 돌아가야하나 고민도 잠시 이 곳에 있는 모두가 '끝까지 기다리자'하였습니다. 여기까지 온 만큼 돌아가고싶지 않았던 마음, 국민들의 뜻을 꼭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들었던 결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맞은 당사에서의 첫 번째 밤은 가혹하더군요.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 직원들 퇴근과 동시에 꺼진 난방기, 내 몸 하나 편히 늬일 곳 없는 이 곳에서 어떻게 밤을 보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뜬 눈으로 선잠 자며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둘 째날 아침, 4층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7층에 사무 공간 마련되어 있다 바로 올라가시면 된다"며 올려보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있는 이 곳, 4층을 폐쇄하며 고립시켜 무관심으로 일관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정말 적막하다면 적막한 하루였을 것입니다. 누구 하나 오지 않고, 어떠한 소식 하나 들리지 않는 하루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적막도 동지들과 국민들의 열기를 잠재울 수는 없었습니다. 밖에서 들리는 기자회견 소리에 귀기울이며 반가운 목소리에 기뻐하고, 올라오는 댓글들에 힘 받으며 시린 적막을 이겨냈습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곳을 단장하며 민주당 당사 적응기를 시작했습니다. 당사 직원들이 퇴근한 이후엔 물티슈로 복도를 구석구석 닦고, 땀에 젖은 양말은 벗어 손으로 빨아 널어놓고는 사무실 복도를 맨발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장난끼 넘치는 목소리로 "여의도에서 이만한 집 구하려면 힘들다"라 말하며 웃으면서 열악한 환경에도 낙관적으로 투쟁을 즐기려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들어와 국민분들의 힘을 크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첫째 날 민주당측에서 식사반입을 금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시던 많은 국민분들이 분노하셨고, 계속되는 항의전화에 지금은 식사부터 간식까지 끼니 거르지 않고 잘 챙겨먹고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세 분의 국회의원이 이 곳에 방문하셨는데, 세 분 모두 "국민분들이 당사에 있는 대학생을 만나달라 연락주신걸 보고 왔다"라 말씀하시던군요.. 국민분들의 진심을 투쟁 속에서 보았습니다.

동지들과 국민분들의 사랑 속에서 이 곳에서의 생활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아쉬운 점은 당 측에서 기본적인 생필품 공급을 금지하거나, 음식을 들여보내준다 만다 하는 등 명확한 기준 없이 '안된다'로 일관하며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뜻을 굽힐 생각이 없습니다. '윤석열 탄핵안을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 '이명박근혜 사면론 완전 철회'에 대한 이낙연 당대표님의 의견을 직접 들을 때까지, 우리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 할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강우주 올림
2020. 01. 07.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하인철씨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입니다.
#대학생 #이낙연 #사면론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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