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사진은 2020년 12월 27일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7일 오전 국회 본관 앞 단식 농성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된 합의안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대로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중대재해차별법이 된다"라고 반발했다.
운동본부는 특히 전날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백혜련 위원장) 논의 과정에서 전격 후퇴한 내용인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공무원 처벌 제외 ▲'경영 책임자' 규정 완화 ▲발주처 처벌 제외 ▲일터 괴롭힘 처벌 제외 ▲사고가 반복되는 기업을 처벌하기 위한 '인과관계 추정' 조항 제외 등을 집중 규탄하며 "누더기가 된 채로 이 법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국회 본관 앞에서 28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 고 이한빛 아버지 이용관씨가 참석했다. 국회 밖에서 11일째 단식농성 중인 고 김동준 어머니 강석경씨,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씨, 고 김태규 어머니 신현숙씨도 함께했다. 각각 32일째, 28일째 동조 단식 중인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위원장과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함께 울었다. 눈발 속에 떨던 유가족들은 "죽음도 불사하겠다"며 뒤엉켜 서로 눈물을 닦았다.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는 "사무치는 한이 폭발할 것만 같다"라며 "수천 명이 죽고 수만 명이 다치는데도 절대 이해 못하는 그들, 법을 막고 있는 그 자들이 누구인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을 똑똑히 기억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 잃은 것도 너무 억울한데 아파할 겨를도 없이 사고 원인 직접 찾고 증거 찾고 길바닥에 나서야 한다는 게 너무나 말이 안 된다"라며 "왜 우리가 자식을 잃고 이 추운 길바닥에서 아직도 힘들어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고 이한빛 아버지 이용관씨는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왜 제외시켰는지, 직장 괴롭힘은 왜 제외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죽음마저 차별하는 것이냐"라고 울부짖었다. 이씨는 "이렇게라면 내 발로 스스로 단식을 그만둘 수 없다. 법이 제대로 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고 싶다. 도대체 왜 그렇게 됐느냐고, 백혜련 위원장이나 김태년·주호영 양당 원내대표들에게 꼭 설명해달라고 전해달라"고 호소했다.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씨는 "누더기법은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충분하다"라며 "제발 저희들이 함께 단식을 풀고 이곳을 떠날 수 있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특히 "(양벌 규정의) 하한선 삭제는 어불성설"이라며 "우리나라 재판부 못 믿는다. 재판해서 풀어주는 게 재판부다. 하한선을 삭제하면 죽음에 차별을 두자는 것밖에 안 된다. 어떻게 이 나라는 죽음마저 차별하나"라고 꼬집었다.
또 "많은 건설 산재가 발주처 때문에 일어나는데 발주처를 뺀 건 말이 안 된다"면서 "태규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는 법을 법이라고 부르기도 싫다"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억만금을 줘도 가족이 살아 돌아올 수 없지만 다시는 저희 같은 유가족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절박함으로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의원님들의 가족이 죽었어도 이런 소리를 하겠나. 당신 목숨 값이 432만 원(2016년 한 해 평균 사망사고 벌금액)이라고 생각해보라"라고 절규했다.
"낙선운동 불사"... 박영선 중기부장관 책임론도

▲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가 2020년 12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전날(6일) 법안소위에서 갑작스레 '5인 미만 사업장 처벌 제외' 조항이 끼어들어간 배경에 중소벤처기업부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위원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업 사장들의 요구를 수용해 (법안소위에) 강력히 요구했다는데, 중소사업장과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람도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제발 어려운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지 말라. 제발 힘들게 사는 노동자들도 자기 생명만큼은 지키고 살 수 있게 해달라"라며 "만약 박 장관이 이것을 성과로 선거에 나서거나 한다면 우리 노동자들은 박 장관 낙선운동을 위해 쫓아다니겠다"고도 했다. 단식 농성 4일 차인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기자회견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산재 사망의 30%나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 처벌을 제외한 데 대해 박 장관의 책임을 묻는다"라고 비판했다.
유가족들 절규에도… '후퇴' 중대재해법, 법사위 소위 통과

▲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을 지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가족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7일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는 후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그대로 의결했다. 전날까지 미정이었던 '법 적용 유예 기간(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마저 결국 포함시킨 채 법사위 전체회의로 넘어갔다. 전체회의를 거쳐 8일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 상태로 제정된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이자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소위 통과 직후 법사위 소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백 의원은 "최종 유예기간은 박주민 의원안(50인 미만 사업장 4년 유예)보다 단축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법 공포 1년 후인) '시행' 후 2년의 유예기간(총 3년 유예기간)을 더 두는 것으로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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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균엄마의 눈물 "중대재해법으로 알았다, 국회가 썩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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