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TF 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정국의 중심은 단연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슈의 전환은 확실하게 일어났다. 이 전환은 지난 신년 인터뷰에서 발단됐다. 이 발언 이후 표면적으로는 야당보다 여당 내부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낙연의 신년 인터뷰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1월 3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개최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라는 두 가지 사면의 조건을 도출했다. 발 빠르게 당이 대처하여 수습국면으로 넘어가기를 원했겠지만, 이슈의 특성상 그리고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여당의 현 대표 입에서 기인한 만큼 지금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럼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낙연은 왜 지금 이렇게 갑자기 사면 문제를 이슈화 했을까, 이 발언이 현재로서는 어떤 후과를 낳고 있는가, 그럼 이에 대한 향후 정치적 파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이낙연은 왜 갑자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갑자기 이슈화했을까? 이낙연 개인의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낙연은 정치가 정당 간의 대결이지만 반목과 대결의 정치보다는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를 자신의 정치 철학으로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일단 지속적으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면 발언을 한 이유로 '국민 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제 오랜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면서 자신의 떨어지는 지지율과 여당 내부의 반발에도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낙연 당 대표는 전라남도 영광 출신으로 2000년도에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이미 동아일보 기자 생활 시절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깊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1989년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정계 입문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도 했다. 많은 인터뷰에서 이낙연 대표가 스스로 밝히고 이런 관계를 통해 볼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전두환을 사면했듯이 이낙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자신의 정치 철학으로 삼고 이번 사면 발언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현재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최근 보이지 않는 거대 여당 당대표의 지지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이낙연은 당대표에 출마했다. 2022년 3월에 있는 대선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낙연은 7개월짜리 당대표에 불과함에도 리스크를 안고 당대표에 도전해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낙연은 오히려 보이지 않았다. 어떠한 컨벤션 효과도 없었고, 이슈를 선점하지도 못했다. 지나치게 안정적인 당 운영 때문이었을까. 오히려 추미애와 윤석열, 그리고 이재명에 가려 이낙연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거듭했다.
지난 1월 1-2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낙연의 지지율은 15%로 윤석열(30.4%), 이재명(20.3%)에 크게 뒤졌다(YTN 의뢰로 1월 1일~2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불과 4-5개월 전 보여주었던 확고부동한 대선후보 1위의 위엄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이슈마다 진보적인 이슈를 선점하여 중도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이재명에 비해 180석의 거대 여당 당대표의 존재감은 너무 미미한 듯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낙연은 신년 인터뷰에서 화합과 통합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구사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부작용에 비쳐본다면 지나치게 편협한 그리고 이낙연의 개인 특성을 간과한 정치 평론가들의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이낙연의 사면 발언 논란이 약 열흘 정도 지난 지금 시점에서 여권과 이낙연 개인에게 주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청와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에도 청와대와 상의 없이 여당 당대표가 갑작스럽게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면서 청와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이슈를 청와대가 나서서 봉합해야 할 것 같은 흐름으로 흘러갈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은 신년 인터뷰에서 다른 정책 이슈를 설명하기보다 이 이슈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정치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다. 또한, 지난 추윤갈등에서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뒷짐 지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공격했던 걸 감안한다면 이낙연의 발언은 청와대에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은 듯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바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입장을 발표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는 여권 스스로는 분열을 초래하고 야권에게는 공격의 빌미를 주는 형국을 야기한 듯 보인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낙연 대표의 입장에 서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고, 여당 일부 의원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낙연 대표를 대선후보에서 빼야 한다는 의견과 나아가 탈당시켜야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일어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대구경북의 민심을 고려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사면을 말하고 싶지만 내부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도 봉합이 안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눈치를 보면서 사면을 언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 당대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 주었기 때문에 사면의 당위성을 더 강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면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면서 이낙연은 스스로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장제원 의원은 "집권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를 청와대와 교감 없이 한 번 던져 본 거라면 집권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고, 청와대와 교감을 가지고 던졌는데도 당 내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면 이 대표는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레임덕에 빠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낙연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을 모두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서 보면 이낙연은 사면초가에 빠진 듯하다.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도 그리고 야권으로부터도 동시에 엄청난 압박에 놓였다. 이것은 실언도 큰 기술도 아닌 어리석은 전략인 듯 보인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낙연이 정말 지금의 상황을 예견하지 못하고 이렇게 큰 기술을 구사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대선 후로로서의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이낙연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지금의 상황만 보면 이낙연 당대표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참했던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이낙연,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을 지지하고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대변인을 맡았던 이낙연, 그리고 문재인정부의 첫 총리이자 최장수 총리를 역임한 이낙연을 생각하면 이번 사면 발언은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라고 생각한다.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둔 현시점에서 문재인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권이 선거 국면에서 문재인정부를 향해 공격할 무기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경제 프레임 공격, 조국/추미애 전 장관의 자녀 의혹 등을 통한 불공정 프레임 공격, 그리고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고 사면하지 않는다는 반통합 프레임 공격이다. K-방역과 백신에 대한 공격은 선거 국면에 가면 효력이 없을 것이 분명하고 오히려 질본의 대처가 타국과 비교해 훌륭하다는 것이 드러날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지금은 공격할 수 있지만 선거 국면, 특히 대선 국면에서는 활용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3가지 무능력한 경제 프레임, 불공정 프레임, 그리고 반통합 리더십 프레임 공격이 주를 이룰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낙연은 3번째 공격에 대한 대처를 이렇게 했을까? 먼저 무능력한 경제 프레임과 불공정 프레임은 예측이 가능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반격이 가능하다. 그러나 3번째의 경우는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당의 지지층을 고려하면 언급하기 어려운 이슈다. 그러나 이낙연 당 대표가 먼저 언급을 함으로 인해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스텝이 꼬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12 월 당내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왜 그렇게 했을까. 그 이유는 선거 시즌이 돌아오기 전에 먼저 야당 대표가 사과를 하고 돌아오는 1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가 나면 야권을 중심으로 사면 논의가 조금씩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럼 이때 김종인 대표는 여우처럼 청와대에게 부담을 주려고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은 사례가 없고, 야당의 당대표가 나서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음에도 사면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대통령이 아니라 끝까지 국민의 반을 적폐 세력으로 몰고 자신의 지지층만을 바라보고 정치하는 반통합 리더십이라는 공격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먼저 이 이슈를 치고 나가면서 자신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것을 알았지만 향후 야당이 이 공격의 칼 날을 무디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당내에서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에 근거하여 이낙연 대표는 야당이 사면해야 한다고 공격을 하면 야당의 대표도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왜 두 당사자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나서서 사과를 하지 않느냐고 되받아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대선후보로서 국민 통합을 위한 사면을 정치철학으로 가지고 왜 밀어붙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이 아무리 자신의 정치철학이라 하더라도 국민과 당원의 뜻을 저버릴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는 이낙연 대표의 사면 발언은 실언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보궐선거와 이후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왜 이 발언이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였는지 더불어민주당의 당원들도 알게 될 것이다. 이낙연 후보가 자신의 떨어지는 지지율을 보며 조급해서 지름길을 찾았다면 이번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멀리 내다보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혼자서 외로이 비난받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낙연을 매몰차게 비난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떨어지는 지지율로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후단협 의원들을 향해 했던 논평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보라
나는 이낙연 대표가 자신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쉬운 지름길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혼자서 큰길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 선택이 추후 잘못된 선택이라고 판명이 된다면 이낙연의 삶을 되돌아볼 때 자신의 대선 레이스를 멈춰 서서 생각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지켜보았으면 좋겠다. 과연 이낙연의 실언인지 아니면 큰 기술일지.
* 관련 내용은 유튜브 <민중의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7JuGjOGyG8&t=16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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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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