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혼잣말의 효과... 지극히 정상적인 자신과의 대화

등록 2021.01.27 09:57수정 2021.01.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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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겨울눈이네... 그냥 갈 수 없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목련나무의 겨울눈이 반가웠다. 며칠 전 읽은 '봄을 기다리는 식물의 기관 겨울눈'이란 대목이 생각나서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다보니 왠 남자가 서서 나를 이상하다는 듯 보는 것 같았다. 나도 조금은 머쓱해졌다. 더 찍고 싶었지만 그 남자가 가기를 기다리다가 몇 컷 더 찍었다.

얼마 전부터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산책을 하면서, 집에서 일하다가, TV속 인물과 대화를 하듯이, 뉴스를 보면서 분노 섞인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책 중에는 이런 저런 일들이 생각나면서 혼잣말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혼잣말이 저절로 나올 때에는 주로 누군가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을 때였거나, 아쉬움, 후회 등 안타까움이 있을 때였다.

'그래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지금 같았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정말 아깝다.' '시간이 지나니깐 그런 건 일도 아닌데.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했어. 아니야. 그 애가 그렇게 나오니깐 나도 어쩔 수 없었지'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이러지? 심신이 불안한 건가? 정서 불안인가?' 별별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나면 무슨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넓어지고 편해진다. '다음에는 그런 좁은 행동은 하지 말자' 하곤 이상하리만치 깔끔하게 정리가 되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에서 오래전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반추되기도 한다. 나처럼 청소나 부엌일 등을 하시다가 무어라고 들리는 둥 마는 둥 하게 혼잣말을 하는 모습이다. 난 엄마가 나한테 무어라 말을 하는 것을 못 알아들었나 하고는 큰 소리로 "엄마 뭐라고 했어?" 했던 일이 생각난다.

"응 아니다. 너한테 하는 말이 아니야." 가끔 길을 걷다가도 나이든 어르신들이 혼잣말로 무언가 중얼거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 모습들을 생각하니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혼잣말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며칠 전 혼잣말에 관한 기사가 나와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다. 혼잣말은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으로, 실제로 심리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는 거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우리 모두가 내적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난 일종의 이상한 현상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조금 했는데 적잖은 위안이 되었다.

그 글에 따르면 혼잣말처럼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우리 모두 결국 혼자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 자신과 소통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카타르시스적이며 스스로를 돌봄에 있어 정서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

미시간대학의 정서 심리학자인 에단크로스 교수는 실험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인생이 더 성공하고 안정적이며 행복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혼잣말은 자신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 자존감도 높여준다고 한다. 단 부정적인 대화를 통제해야만 혼잣말이 멋지고 건강한 것이 된다고.

내 자신과 대화를 하고 나면 무언지 모를 후련한 느낌이 들곤 했던 게 혼잣말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치유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혼잣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이상하지도 않고, 정상적이었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혼잣말은 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던 것이다.

봄비처럼 내리는 겨울비를 보고 베란다에서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혼잣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비가 조용히도 온다. 올해는 겨울비가 많이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또 추워진다는데~~~.'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도 보냈어요
#혼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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