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유튜버가 말하길,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돈하면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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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70일째. 눈 뜨자마자 환하게 비추는 천장 조명에 익숙해졌다. 요즘 자는 시간이 들쑥날쑥해 불도 안 끄고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일어나면 바로 이불부터 갠다.
자기계발 유튜버가 말하길,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돈하면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단다.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규율이 있는 게 좋아서 실천 중이다. 그다음 커피를 타서 책상에 앉는다. 또 다른 '집콕' 하루의 시작이다.
방과 나는 한 몸이 됐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전조가 보일 무렵부터 자체적인 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감염병 확진자가 임용고시에 응시하지 못했다는 뉴스를 보고 공포감이 밀려왔다. 취업 준비생인 나 역시 채용 시험을 치르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괜히 어디 나갔다가 코로나19에 걸리거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진짜' 자가격리를 하게 될 수도 있었다. 언제든 시험 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아직 바이러스가 침입하지 못한 방에 나를 가뒀다. 스터디는 비대면으로 돌리고, 모임은 취소했다. 시험을 보러 가거나 생필품 살 때만 외부인과 최소한으로 만났다.
대학 시절만 해도 방은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다. 고등학교 입시 생활에서 해방됨과 동시에 방에서도 탈출했다. 대학생이 돼서 동아리 활동과 술자리, 여행을 만끽했다. 공부도 집에서는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밖에 나가서 했다. 학교 열람실과 도서관은 물론, 카페에 몇 시간이고 앉아 있었다.
잠도 내 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잘 때가 많았다. 친구 집이나 동아리방, 각종 숙소에 몸을 뉘었다. 온갖 유희 거리를 밖에서 즐기고 오면 방은 시간이 멈춘 상태로 나를 맞아줬다. 그대로 침대에 들어가 뒹굴거릴 때의 행복. 바깥에서 쓴 에너지를 혼자인 내 공간에서 충전하고는 했다.
코로나 이후 3평 남짓한 방의 의미는 달라졌다. 더는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게 됐다. 스터디와 모임을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바람에 내 방이 세상과 처음으로 만났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엽서와 포스터 덕지덕지 붙인 벽을 보여줬다. 사생활이 공개된 것 같아 머쓱했다.
방과 나는 한 몸이 됐다. 노트북 카메라가 내 얼굴까지 벽으로 인식해서 가상 배경 설정은 꺼뒀다. 카메라로 나를 비출 때는 방의 모습까지 신경써야 한다. 지저분한 부분은 최대한 가리고 깔끔한 곳만 비춘다. 때에 따라 노트북 카메라 각도가 이상한 데엔 다 의도가 있다.
3평 방에 세운 도서관과 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