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혼자 작업하던 노동자가 17일 6.3t 코일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의 모습.
부산경찰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앞두고 철강업체인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또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원자재 창고에서 무거운 철강 코일의 겉포장을 혼자서 해체하다 산재 사고를 당했습니다. 동국제강에서는 지난달과 지난해에도 여러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등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닙니다.
노동자가 진 철강 코일의 무게 6.3t, 13t
가족과 출근 인사를 나눴을 동국제강의 50대 노동자 A씨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16일 오후 5시쯤, 부산 남구 부산공장 원자재 창고에서 그는 무거운 코일 사이에 끼인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A씨는 소형 크레인을 조종하며 강판을 감은 코일의 포장을 커터칼로 벗기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비상 사이렌이 울린 이후에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A씨가 작업한 코일의 무게는 6.3톤, 천장 크레인에 걸린 코일도 13톤. 상당한 중량물로 사고가 나면 중상을 입거나 사망사고가 날 수 있는 자재들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공간에서 혼자 작업을 하도록 했던 걸까요? 현장에서 사고를 막을 2인 1조 근무 등 안전을 위한 조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회사 측은 A씨의 작업 과정에는 2인 1조 등의 규정이 없었다고 언론에 설명합니다.
동국제강에서는 몇 년 사이 이미 여러 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갔습니다. 부산공장은 1년 전에도 유압기를 수리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난 곳입니다. 2018년에는 전기아연도금강판 생산라인에서 배관이 터져 화상을 입은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포항공장에서는 지난 1월 구내식당으로 식자재를 납품하던 50대 B씨가 화물 승강기에 몸이 끼여 변을 당했습니다. 2019년 인천제강소에서도 크레인 신호수였던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대형 공장을 포함한 여러 현장에서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습니다. 노동건강연대 집계를 보면 올해 1월에만 65명의 노동자가 '추락', '끼임' 등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월에는 16일 기준 15명이 넘는 노동자가 출근 뒤 동국제강 A씨와 마찬가지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모두 후진국형으로 불리는 산재 사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