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약속을 회피하는 답은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박영선 전 장관은 답을 하지 않았고, 우상호 의원은 구체적으로 검토를 해보지 않았지만 면밀히 따져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 이 또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하지만 민주당의 두 예비후보가 복잡한 셈법이 담긴 수사로 '우아한 회피'를 하는 동안 이마저도 갖추지 않은 후보가 등장했다.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그는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한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토론에서 퀴어 퍼레이드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축제를 서울의 중심에서 떨어진 곳에서 해야 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당혹스러운 답이었다. 광화문과 서울광장을 비롯해 서울의 중심부에서는 수많은 집회와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그 행사들의 내용과 주장에 모든 시민이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부권'을 이야기하며 그 집회와 행사들이 다른 곳에서 열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헌법상 보장된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부권은 보기 싫은 행사를 열지 말라고 할 때가 아니라 그런 곳에 참석을 강요받았을 때 등장한다.
하지만 안 대표는 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소수자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발언을 했다.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서울시장이라는 고위공직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최고 규범인 헌법에 대한 이해가 매우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시장의 모습
이상의 모습들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둘러싸고 성소수자이자 서울시민인 내가 주목해온 것들이다(누군가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에 대한 언급은 왜 하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는데 애초에 그들에게 기대할 것이 있을까). 성소수자 인권·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주제가 보다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환영할 만하나 어떤 답에는 내용이 없었고 다른 답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서울시장 후보군이 확정이 되고 선거가 더 가까워지면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달아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누구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른 채로 그 모습들을 지켜볼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처한 상황, 우리가 마주하는 차별과 혐오에 별다른 관심이나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유감이 없다. 사람마다 처한 조건과 상황은 다양할 테니 주목하는 사회적 문제들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모든 문제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진짜 문제는 모르고 관심 없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에게는 제도를 바꾸고 그래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힘이 있다. 그 힘이 제대로 제때에 사용되지 못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그들은 알아야 한다. 시장이 만들 변화가 요원한 곳이 어디인지를.
그렇기에 나는 서울시장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 받고 그래서 소수자의 자리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겪는 불평등과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고민의 결과를 실현시킬 구체적인 청사진 또한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보편적 인권과 평등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고위공직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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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축제' 피하는 서울 시장? 진짜 문제는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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