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2020년) 3월 코로나19 오진으로 숨진 고 정유엽 학생의 아버지 정성재씨와 정유엽사망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은 22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산중앙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정훈
하필 왜 도보행진일까. 정씨는 "청와대도 찾아가고 경산시에도 매달려봤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라면서 "몸으로 무언가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지난 1년여간 수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방문하고, 거리서명을 받고, 국무총리에 면담을 요구했다. 지난해(2020년) 10월에는 정군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국가인권위에 진정도 넣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8월 대책위와 경산시가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위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대책위는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봤다. 최기석 부장은 "형식적인 공동조사일 뿐이었다, 진상파악에 한계를 느꼈다"라면서 "정군의 죽음을 접하고도 당시 경산시의 보건의료 담당자는 의료공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라고 지적했다.
"수십 곳의 토론회에 참석해 아들의 죽음은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코로나라는 긴급상황에서 일반응급환자가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정부관계자는 늘 유엽이의 사망을 개인의 안타까운 일로 치부했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이 박힌 노란 조끼를 꺼내입었다. 직장암 3기, 세 번의 수술과 여러 차례의 항암치료로 종종 손발이 저렸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애초 단식하며 도보행진에 나설 생각이었다.
정씨는 "지난 1년 동안 할 수 있는 걸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바뀌는 게 없는 걸 보고 곡기를 끊어야 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위의 만류로 단식은 하지 않고 도보행진을 이어가지만, 나는 이미 목숨을 걸었다"라고 재차 힘을 줬다.
대책위의 또 다른 목표는 정군처럼 코로나로 인한 의료공백의 사례를 찾는 것이다. 권정훈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장애인, 이주민 등 취약계층 누구나 정군처럼 의료공백·의료 불평등을 겪었을 것"이라며 "이런 사례들을 모아 우리 사회 의료공백 전반의 문제를 지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보행진 첫날, 대책위를 비롯해 정군의 죽음과 의료공백의 문제에 공감한 시민 100여 명이 정씨의 아버지와 첫걸음을 뗐다. 이날 역시 30여 명이 영남대병원에서 경북 칠곡의 지천역을 향해 길을 나섰다.
대책위의 요구는 정군 사망과 관련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비롯해 ▲ 정부·시민·전문가가 참여하는 코로나19 의료공백 전반에 대한 사회적 조사 ▲ 응급의료 시스템·의료를 방역으로만 보는 감염병 대응지침 개선 등 의료공백 재발방지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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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아버지, 직장암 3기에도... "380km 걸어 청와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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