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공원 안 전통 가옥 사랑채에 봉안된 허균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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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그의 삶과 문학ㆍ사상을 평하면서 '시대와 불화(不和)'를 지적한다. 그런 측면이 없는 바 아니지만 그는 시대와 화목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시대를 변혁하고자 하였다. 처신ㆍ문학ㆍ저항에서 그렇다. 그러다보니 기득권을 향유하는 사대부들로부터 적대시되고 결국 제거당한다.
그는 자의식이 무척 강한 독립성의 인물이었다. 연구가들 중에는 그가 정작 반역음모를 꾸몄는가, 당대의 음흉한 세도가 이이첨의 농간에 엮인 것이 아닌가를 따진다. 허균은 불평가, 반역자가 아닌 부패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려고 한 혁명가였다.
허균만은 조선왕조가 끝날 때까지 복권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언제나 성이 삭제된 채 '균'이라는 이름만으로 불려졌으며, 그가 생전에 간행한 책들도 '허'라는 그의 성이 칼로 도려진 채 전해지게 되었다. 광해군 때에 역적으로 처형된 사람들이 많았으며 광해군이 결국 서인들의 인조반정에 의해 임금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자 그들이 모두 복권되었지만, 허균만은 복권되지를 못했다. 그가 뒤짚으려고 했던 대상이 광해군과 이이첨의 북인정권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했던 조선왕조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주석 1)
허균은 역수어(逆水魚)였다.
선조시대의 임진왜란과 광해군의 폭정을 온 몸으로 부딪히면서 반정이나 개혁이 아니라 이씨왕조를 송두리째 뒤엎어야 한다는 신념의 혁명가이다. '역수어'는 백범 김구의 강연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해방 후 환국하여 통일 정부수립을 위해 진력하다가 이승만의 분단세력에 밀려 칩거하던 1949년 3월 청년학도들에게 한 연설이다.
여러 동지들!
죽은 물고기는 물이 흐르는 대로 둥둥 떠나려 갑니다. 그러나 산 물고기는 아무리 급류일지라도 자기 목적지를 도달하기 위하여서는 물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산 고기는 깊은 물도, 얕은 물도, 순한 물도, 격류 억센 물결도, 여울진 종잇장 같은 물도 모로 누워서 물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죽은 고기는 목적이 없습니다. 산 고기는 가는 목적이 있습니다.
동지들이여!
동지들은 목적이 없는 죽은 고기가 되렵니까?
목적 있는 산 고기가 되렵니까?
급류저주(急流低柱) 급류용퇴(急流勇退) 이는 젊은이의 기상입니다. 이 기상 이 기백을 가지고서야 이 나라 일군이 될 것이니, 평시 학교 안에서 이 기상 이 기백을 단련해 두어야 합니다. (주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