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 오브 경기(Humans of Gyeonggi)'에서는 특별한 활동을 하거나 삶을 살고 있는 '경기도민'을 만납니다. 그 여덟 번째 주인공은 경기 군포에서 '달달아트연구소'를 운영하는 김달하씨입니다.[편집자말] |
- 군포 청아랑 공방, 보자기 프로젝트 작가 정아영씨에서 이어집니다.
다음은 취미로 직업을 삼은 달달아트연구소 대표 김달하씨와 지난 1월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창업을 준비한 과정에선 부지런함과 신중함이, 문화센터에 먼저 이력서를 돌린 사연에선 추진력이 느껴졌어요.
▲ 매일의 달달한 기쁨. 의미가 부여된 공간에서 시나브로 일을 키워나간 김달하님. ⓒ좋아지지 ⓒ 좋아지지
- 달달아트연구소. 이름이 예뻐요. 어떤 뜻인가요.
"'매일의 기쁨, 달달'이란 뜻이에요. 기억에 잘 남는 이름을 고민하다가, '달달'이란 말이 떠올랐어요. '매일'을 뜻하는 'Daily'와 '기쁨'이란 뜻의 'Delight'. 이렇게 두 영단어의 앞글자 'D'를 살리고, 제 이름 달하의 '달'을 넣어 지었습니다. 아, 제 이름 달하는 '달과 하늘이 지켜준다'는 뜻으로 부모님이 지어주신 순우리말 이름이에요."
- 원래는 핸드위빙을 2015년에 취미로 시작했다고요.
"네. 날마다 일, 집, 일, 집만 반복하다가 취미를 가져볼까 했는데, 찾아보니 거의 운동 아니면 악기 쪽이더라고요. 근데 남들이 안 하는 걸 해보고 싶어서 인터넷에 '색다른 취미'라고 검색을 했더니 핸드위빙이 나왔어요. 저는 뜨개질은 잘 못하는데, 이건 뜨개질보다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 핸드위빙과 뜨개질은 어떻게 다른가요.
"뜨개질은 바늘에 실을 연결해서 코를 만들잖아요. 위빙은 틀에 가로실(위사)과 세로실(경사)을 이용해 직물을 짜는 거예요. 세로실을 걸어 그 안에 가로실을 교차해 가며 채우는 거라 위빙이 더 간단해요."
- 그렇군요. 마크라메와 펀치니들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외부로 핸드위빙 수업을 다니다 보니 수강생들에게 식상하지 않은 커리큘럼을 개발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마크라메와 펀치니들도 함께 하게 됐어요."
▲ 작업실 안 김달하님의 작품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자연스레 작업공간을 채웠다. ⓒ좋아지지 ⓒ 좋아지지
- 경력이 없을 땐 첫 수업 기회를 잡기 어려운데요. 김달하님의 첫 수업은 언제였나요.
"맞아요, 강사로 뛰려면 출강 경력을 쌓는 게 정말 중요해요. 저는 3~4년 전 위빙디자이너협회장님을 따라다녔어요. 초반에 몇 명 안 되던 제자 중 하나라, 협회장님 수업이 있을 때마다 약 1년 정도 보조강사로 따라다니며 경력을 쌓을 수 있었어요. 이런 게 협회의 장점 중 하나 같아요."
- 보조강사 경력을 쌓은 후 정식 출강 기회는 어떻게 얻었나요.
"계속 보조강사로 수업을 쫓아다닐 수는 없어서 스스로 이력서를 여러 군데 돌렸어요. 이쪽 분야는 강사 자리 공고가 나면 거기 지원하는 게 아니라, 수시모집처럼 제가 일단 이력서를 미리 넣어 놓으면 나중에 연락을 받고 면접을 보는 절차로 가거든요. 군포에 있는 회사를 다니면서 문화센터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보내놨고, 몇 달 뒤 모 마트 문화센터로부터 정말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첫 출강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 제안서를 넣자마자 합격, 불합격이 정해지는 게 아닌가봐요.
"네, 모 백화점에선 1년 뒤에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제가 아예 경력이 없을 때 넣었던 거라서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 코로나19에도 공예키트로 공방과 사람을 엮는다. ⓒ좋아지지 ⓒ 좋아지지
- 공방을 시작할 때 두렵진 않았나요. 보통 '회사 잘 다녀라', '공예는 그냥 취미로 해라' 이런 이야기 많이들 하잖아요.
"맞아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끈기가 부족한 편이었는데요. 핸드위빙을 꾸준히, 오래 즐기면서 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공방일이 적성에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두렵지만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 공방을 경기 군포에 연 이유가 있다면요.
"당시 안산에 살았지만, 공방을 군포로 잡은 이유는 정말 단순해요. 예전에 다니던 회사가 여기서 걸어서 15분 거리예요. 원래 그 회사에 들어갈 땐, 계약직 기간 4년을 꽉 채우고 나와서 공방을 운영해야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제가 계획했던 게 좀 빨라졌어요. 창업을 준비하다보니 결국 '공간'이라는 게 필요한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쪽에 공방을 열고 퇴근 이후에 공예 수업을 진행했어요. 이렇게 군포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공방은 앞으로도 군포에 둘 것 같아요. 지하철 1·4호선 금정역 앞이라 교통도 편하고, 군포의 기관들과 일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주로 복지관, 학교, 회사 등에서 수업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요."
- 회사 다니면서 공방 창업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저는 정말 천천히, 철저히 준비했어요. 이게 과연 취미에서 일이 될 수 있을까, 3년을 고민했습니다. 그냥 회사가 다니기 싫어서 창업하는 건 정말 안 돼요. 저희가 프리랜서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오래 공방에서 일하거든요. 예전에 제게 수업을 듣다가 인턴으로 일했던 청소년이 있는데요. '앉아서 쉽게 돈 버는 것 같은데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네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동안은 제가 다 준비해놓은 수업을 듣기만 하다가, 수업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해보니 쉽지 않았던 거죠."
▲ "내 손으로 손쉽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요." 공예 키트를 설명하는 김달하님의 모습에서 즐거움이 함께 전해졌다. ⓒ좋아지지 ⓒ 좋아지지
- 김달하님에게, 공예란.
"소소한 행복이요! 내 손으로, 손쉽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요. 나는 손재주가 없어, 하시는 분들도 2~3시간이면 작품을 충분히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달달아트연구소에서 누구나 충분히 원데이 클래스로도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끔 커리큘럼을 구성해 놨어요."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힘든 시기를 다함께 버티고 있고, 저도 이 힘든 시기에 스튜디오까지 오픈하게 됐습니다. 공예를 하시는 다른 공방 선생님들에게 제가 먼저 위로와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다들 조금 더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글. 허은선(rikujjua)
사진. 오상택(ost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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