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 그는 아시아나항공기 기내 청소를 하던 청소노동자다.
유지영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손님이 남기고 간 과자, 빵, 초콜릿을 먹으며 일했다. 임금은 최저임금이었다. 무급으로 일한 시간도 있어 노조를 만들고 체불임금 소송을 걸었다. 노동자들은 다단계식 하청구조에서 숱한 차별을 겪었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의 얘기다.
"4년 전인가, 성과급을 처음 주었다.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정확히 얼마를 주었는지 우리에게 알려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10만 원을 줬다. 근속 1년 미만은 5만 원을 줬다. 남성조합원들은 원청이 쓰던 캐빈 버스나 트레쉬카를 이어받아 썼다. 원청이 고물차를 줘서 언제나 안전을 위협당했다."
재벌에겐 책임을 묻지 않는다
금호문화재단의 이사장은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다. 박삼구는 자신이 지배하는 금호홀딩스를 위해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변경하면서 기내식 대란을 일으켰고 승무원 성희롱 의혹으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자금을 총동원하기도 했다.
박삼구 이사장은 2019년 3월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금호그룹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금호문화재단에서는 이사장으로 남아있다. 물러날 때 퇴직금 64억과 상표권 사용료 120억을 챙겨갔다.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지도 의문이다. 여전히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자신의 돈줄로 활용하며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도 계속 된다.
금호문화재단은 증여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면제받는 공익법인이다. 그런데 이 공익법인이 하청업체 6곳의 지분을 100% 소유하면서 '사람 장사'를 했다. 사람 장사로 번 돈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박삼구는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자신의 경영권 방어에 활용했다.
금호문화재단은 2012년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한 뒤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박삼구의 금호타이어 우호지분은 늘어났다. 재단은 2015년 가을에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설립된 SPC 금호기업에 400억을 출자하기도 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 박삼구 일가는 어떤 손실을 보았는가?
코로나19 이후의 항공산업
코로나19가 터진 이후로 항공산업은 크게 흔들렸다. 정부는 항공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1조 6000억 원, 2020년 1조 7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추가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고 있다.
정부 곳간이 열렸지만 수많은 항공산업 노동자는 임금삭감, 무급휴직, 희망퇴직, 정리해고를 당해야 했다. 의문이 남는다. 노동자 민중의 혈세는 과연 누구를 위해 쓰이고 있는가?
정부는 항공산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선정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케이오는 이 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다. 케이오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체불임금 소송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다고 했지만, 체불임금 소송은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 요건과 무관하다.
케이오지부는 조합원들과 논의해서 소송 취하할 용의도 있다고 했고, 일부 노동자들은 '회사가 10% 내는 것도 부담스러우면 그 돈을 우리가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무기한 무급휴직을 밀어붙였고, 무기한 무급휴직을 거부한 8명을 정리해고했다. 애초 고용유지원금을 회사만 신청할 수 있게 만든, 노동자들은 신청할 수 없게 만든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무급휴직에 동의한 360여 명 중 필수유지업무자 빼고 대부분은 생활고 때문에 회사를 떠나 다른 직장을 알아봤다. 회사가 다시 불러주길 바랐지만, 희망고문이었다.
아시아나케이오 선종록 대표가 교섭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자기가 사표 던질 각오 하고 유급휴직 실시하려 했는데 원청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고. 만약 노동자들이 아시아나에어포트를 찾아갔다면? 아시아나에어포트 대표도 똑같이 말할 것이다. 자기가 사표 던질 각오를 했지만, 아시아나에어포트 위에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박삼구 이사장에게 엄청 욕을 먹었다고 할 것이다.
다단계 하청구조에 얽매여 있는 노동자들이 싸우기 힘든 이유다. 원청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다. 노동자들이 아무리 원청의 책임을 얘기해도 고용노동부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방관한다.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어 있지도 않다.
정년 한 달 남았든 하루 남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