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NH투자증권 서울 명동WM센터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청약을 위해 한 투자자가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에 기업을 상장하면서 공모주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주위에서 공모주를 청약해서 용돈을 쏠쏠하게 벌었다는 지인들도 있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에스케이(SK) 바이오팜 등으로 공모주가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나는 공모주 청약을 하는 방법도 모르고 여윳돈도 없어서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소하지만 확실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공모주 투자 권유 기사를 보고 나도 늦었지만 공모주 청약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뉴스를 찾아보니 단 이틀간 에스케이(SK) 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뉴스를 본 다음날이 마지막 청약 신청일이었다. 청약 첫날부터 증권사 계좌 개설 요청과 청약 신청이 폭주하여 서버가 다운되고 지점 업무가 마비되었다는 뉴스를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공모주 청약을 하려고 하니 청약이 가능한 증권사의 거래 계좌가 없었다. 직접 증권사에 갈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청약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또 청약을 신청한다고 해도 한 주도 못 받을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니 일단 신청해 보기로 했다.
계좌 개설 방법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많은 정보가 검색되었다. 한 주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각종 노하우와 증권사별 예상 배정 주식과 증권사별 경쟁률까지 수많은 정보가 쏟아졌다. 간단히 정리해 보니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공모주 신청을 하면 더 많은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공모 청약 마감일 한 증권회사의 인터넷 계좌 개설을 휴대폰으로 시도했다. 접속자의 폭주로 접속이 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여러 번의 시도로 겨우 증권회사 사이트에 접속했다. 하지만 보안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중간에 접속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본인 인증을 위해 신분증이 필요했다.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지갑을 집에 두고 왔다. 급히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신분증을 챙겨 왔다.
그날 내가 증권회사 계좌 개설을 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동안 증권사에는 계좌 개설을 위해 지점을 직접 방문한 수십 명의 고객이 대기를 했고 3시간씩이나 대기시간이 소요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겨우 계좌 개설을 했지만 청약 증거금이 필요했다. 10주를 최소 단위로 신청할 수 있지만 청약 증거금이 클수록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많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윳돈이 많지 않았다.
나는 마감 시간에 임박해서 최소 증거금을 입금했다. 겨우 1주나 2주를 받기 위해 이렇게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더구나 공모 신청을 위해서 수수료 이천원을 지불했다. 이 금액을 전체 공모주 청약 인원으로 환산하면 증권사는 큰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누구를 위한 공모주인지 헷갈리는 대목이었다.
서민들이 공모주 청약의 바늘구멍을 찾는 이유
공모주 마감이 된 날 청약 증거금 총액은 64조였다. 증거금을 한 사람당 백만 원씩 입금했다고 가정해도 신청 인원이 6천4백만 명이 된다. 실제로 더 큰 금액을 청약한 사람이 많겠지만 놀라운 수치였다.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전 세대가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을 통계로 알 수 있었다. 특히 노년층의 투자 증가가 눈에 띄었다.
에스케이(SK) 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투자자 중 50대와 6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인 60.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 청약 분석 결과를 보면, 금액 기준으로 60대 이상이 32%, 50대는 28.1%로 나타났다. 공모주 청약 분석 결과를 보면, 금액 기준으로 60대 이상이 32%, 50대는 28.1%로 나타났다. 이어 40대 22.54%, 30대 13.72%, 20대 3.12%, 10대 이하 0.46%였다. - 한겨레 신문 기사 인용
노년층까지 왜 이렇게 공모주 청약에 매달리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기대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 위험이 낮고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공모주는 새로운 투자처로 관심을 끈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불안감이다.
작년에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대출을 받음)로 집을 샀던 무주택자와 주식 시장에 뛰어든 동학 개미들의 심리에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상승하는 집값과 바닥으로 떨어진 은행 예금 금리가 불안감을 자극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정반대로 돌아가는 실물 경제는 서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을 키웠다. 빚투(빚을 내서 투자)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갑자기 상승한 집값에 상대적으로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가 되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앞다투어 투자에 뛰어들었다.
서민을 위한 금융 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