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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없다'고 했지만... 위기의 안철수

[분석] 여전히 "내가 적임자"라지만... 오세훈 상승세 타면서 단일화 국면서 점점 불리

등록 2021.03.14 20:19수정 2021.03.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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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후보의 야권 단일화, 연립시정, 윤석열 전 검창총장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후보의 야권 단일화, 연립시정, 윤석열 전 검창총장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시간이 얼마 없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간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 오후 3시 김무성·이재오 전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 필패"라며 "두 후보가 직접 만나 단일화를 이루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0분 뒤에는 안철수 후보가 직접 나섰다. 그는 같은 장소에 서서 "LH 사태로 여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확산되고, 여론 지표로는 야권 후보 모두 이기는 결과가 나오나 이것만 믿고 기다리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라며 "(작년 총선도) 야권이 이길 것으로 알고 자만하다 사상 초유의 참패를 당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재현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단일 후보 적임자는 나야 나' 했지만

뒤이어 안철수 후보는 '제가 단일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무결점 필승 후보, 과거 대 미래라는 선거구도를 이끌어낼 후보, 또 중간지대 유권자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는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자신은 과거 정권에 빚지지 않았을 뿐더러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 문제 등이 들춰질 오세훈 후보가 단일후보로 뽑힌다면 "과거를 설명하다가 선거기간을 다 보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그는 야권이 취약한 2030세대와 중도·무당층 지지까지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단일후보로 당선되면, 연립시정과 함께 야권 전체의 통합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더 큰 2번'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중도를 포함한 야권의 영역과 신뢰를 확장해 반드시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어내겠다"며 "문재인 정권은 싫은데 국민의힘도 싫은 시민들은 망설임 없이 안철수를 택하고, 대선에서 야권의 일원이 될 거다. 안철수는 박영선을 꺾을 것이고, 저는 윤석열 전 총장을 포함해 야권이 크게 합치는 데 몸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2번'은 여전히 정체가 불분명하다. 안 후보 스스로도 기자회견 후 취재진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단일화 후 기호 2번으로 출마하는가'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는 의미냐'는 물음이 이어졌지만 "단일화 자체가 통합이다. 제가 후보가 되고 당선되면 정권교체가 가능한 큰 야권으로 통합될 수 있고, 저는 거기에 힘을 보태겠다는 말씀"이라고만 답했다. 


안 후보는 또 "후보들간에 오전에 통화하며 '원래 우리가 실무협상단에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실무협상단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서로 이야기 나눴다"라며 "19일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후보 간 약속했고, 사실 여론조사 문항을 빼놓고 모든 게 합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협상 결렬 위기까지 갔던 두 당 실무팀이 15일 오전 11시 다시 만나기로 했고, 한 차례 불발됐던 후보들의 합동 비전발표회도 이날 오후 3시 열기로 수습했다.

강해지는 오세훈... 안철수는 끝내 웃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단일화 실무협상단과 논의 중 잠시 취재진과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단일화 실무협상단과 논의 중 잠시 취재진과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오세훈 후보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나경원 후보를 당내 경선에서 꺾으면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일 '국민의힘 후보도 괜찮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면서 국민의힘이 굳이 '통 큰 양보'를 하지 않아도 될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SBS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5일 서울 유권자 819명에게 물어본 결과, 박영선 후보는 오세훈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12~13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누가 되든 야권 단일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20%p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로선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단일화 결렬 후) '안철수 피로도'가 계속 쌓여온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당 중심으로 민심이 재편된다"며 "14일 기자회견에도 '그러면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안 후보 본인의 불안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안 후보가 강조해온 '제3지대론' 역시 실제 선거에선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선거 자체가 진영논리에 입각한 것"이라며 "점점 중도비중이 줄고 진보-보수로 쫙 갈릴 테고,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오세훈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단일화 협상 결과를 떠나 이들의 표심이 더욱 오 후보에게 쏠릴 것으로도 봤다.

'불안한 승리'조차 점치기 힘든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는 어떤 선택을 할까. '더 큰 2번'이라는 새로운 카드는 단일화 협상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이 모든 변수를 떠나서 안 후보는 지난 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협상 결렬시 단일화를 위해 사퇴할 뜻이 있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철수는 철수하지 않는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선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시간은 적어도 안철수 후보에게는 친절하지 않다.
#안철수 #오세훈 #4.7재보선 #서울시장 선거 #후보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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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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