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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는 방위비분담 가서명 중단, 비준동의 거부 나서라

[주장] 11차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역대 최악... 폐기해야 ②

등록 2021.03.17 19:39수정 2021.03.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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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노동자 강제무급휴직에 분노한다 지난 2020년 4월 13일, 미대사관 앞, 평통사 등 시민단체들이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기지 한국인 노동자들의 강제 무급휴직을 진행한 미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 이전 기사 '굴욕적 미국 퍼주기의 시작, 그냥 둘 순 없다' 에서 이어집니다.)

제도 개악을 제도 개선으로 속여... 잠정 합의했던 제도 개선마저 포기 
  
문재인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최저선을 75%에서 85%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협정 공백(미체결)시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선지급을 명문화함으로써 무급휴직의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고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 또한 속임수다.

인건비 배정 비율을 85%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늘리는 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아닌 제도 개악이다. 인건비 배정비율을 늘린다고 해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2019년에는 인건비의 배정비율이 88%(5005억 원)로 늘어났지만 그 이듬해인 2020년에 주한미군은 4000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급휴직시켰다. 이런 미국의 강제무급휴직 조치는 한국 정부로부터 대폭적인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끌어내기 위한 불법부당한 배임행위이므로 이에 굴복해선 안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이를 구실로 방위비분담금을 맹목적으로 늘려 줬다.

또한 한국 정부는 "85%를 종전의 노력(endeavor) 규정에서 의무(shall) 규정으로 바꾸었"(대한민국 정책 브리핑)다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주한미군이 이를 안 지켜도 막을 방법은 없다.

10차 특별협정(제5조)은 "당사자의 관계 당국은 주한미군사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복지와 안녕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은 지키지 않았다.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노동자들이 항상적인 해고위협과 근로조건 저하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주한미군(사용자)이 국내 노동법을 준수해야 하고 그러자면 한미소파의 독소조항인 노무조항이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개선에 대해서 11차 특별협정은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다.

한편 특별협정 공백시 인건비를 선지급하기로 명문화한 것은 한미소파상 인건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 미국을 대신해 한국이 그 의무를 떠맡는다는 점에서 제도 개악이다. 협정이 미체결된 상태에서는 방위비분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만큼, 협정 공백시 선지급은 그 자체로 불법이고 원천무효다. 결코 제도 개선이 될 수 없다.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계안정을 위해서나 주한미군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지금처럼 주한미군에게 인건비를 건네는 방식이 아니라 그 돈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직접 인건비를 지급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방위비분담과 관련해 실제 필요한 제도 개선은 방위비분담금의 불법 전용과 불법집행을 막는 것이다. 국회는 10차 특별협정 비준 때 6개 항목의 제도개선을 한미당국에 요구했다. '작전지원' 등 추가 항목 신설 불가, 주한미군 경비 전액 부담 금지, 미집행 군수지원 분담금 회수, 특수정보시설 건설에 비한국업체 사용 금지,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비용 부담 금지, 역외 미군 장비 정비 지원 폐지 등이 그것이다.

<헤럴드경제> 보도(2020.4.17)에 따르면 한국은 국회가 제시한 6개 부대의견을 바탕으로 제도개선안을 미국에 요구했고, 이에 대해 미국 협상단도 상당 부분 수용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제도개선 합의가 비록 트럼프에 의해서 최종 거부됐지만 이 잠정합의안이 11차 특별협정 타결안의 기본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지난 제도개선 합의를 지켜내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바이든 정권과의 협상에서 얼마나 미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 헌법기관인 국회의 의견을 얼마나 철저히 무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불법집행에 대한 소급적용은 불법이며 원천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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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오른쪽)와 도나 웰튼(Donna Welton)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워싱턴D.C에서 열린 제9차 한미방위비협상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외교부제공

 
한미는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2019년 수준인 1조389억 원으로 동결하고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로 선지급한 3144억 원을 제외한 7245억 원을 주한미군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외교부 보도자료, 2021.3.9.)고 한다. 이런 합의는 특별협정이 미체결 상태에서 1조389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도 마친 2020년도 방위비분담 사업에 대해 11차 협정을 소급적용하기로 합의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미 회계연도가 지나고 집행을 마친 2020년도 방위비분담 관련 예산은 11차 특별협정의 소급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2020 회계연도와 같이 특별협정이 미체결된 상황에서는 한미소파 5조가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1차 특별협정이 없는 상태에서 2020년도 방위비분담 사업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한 것 자체가 국가재정법과 헌법(국회 예산 심의·확정권과 조약 비준동의권)을 위배한 불법이다.

따라서 한국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로 선지급한 3144억 원은 미국한테 되돌려 받아야 한다. 7245억 원 중에 이미 집행된 4308억 원도 돌려받아야 하고 나머지 2937억 원도 미국에 줘서는 안 된다. 11차 특별협정과 같이 이미 회계연도가 끝나고 사업집행이 완료된 경우(2020년도) 소급 적용된 전례도 없다. 그동안 10차례의 특별협정 중 소급 발효된 경우가 네 차례(4차, 5차, 6차, 10차) 있었지만 그때는 다 소급 발효가 적용된 회계연도가 진행 중이었다.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대해 11차 협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고 원천무효다.

문재인 정부, 미국 무기 추가구매 약속에 대한 진상 밝혀야

CNN은 방위비분담협정에 한국의 대미 무기구매 약속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2021.2.11)했는데,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향후 3년간 10억 달러(12조 원)의 미국무기 구매 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만약 한국이 기존 미국무기 도입 계획에 추가해 방위비분담비를 보충해주는 차원에서 미국무기 도입을 바이든 정부에 약속해줬다면 그것은 애초 국산 도입 무기를 미국 무기로 바꾸거나 제3국 무기 도입을 미국 무기 도입으로 돌리거나, 미국 무기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을 수 있다. 미국무기 도입 비용과 정비 등의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2020년에는 5.1조 원, 2021년에는 4.5조 원에 달한다.

따라서 11차 특별협정에 미국무기 도입을 추가로 명시한다면 한국이 미국에 지불하는 돈은 방위비분담금과 무기도입, 유지비 등을 합해 매년 6조 원을 상회할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매년 50억 달러의 방위비분담금 요구가 사실상 관철되는 셈이다.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의 대중국 전략 수행에 쓰는 것은 명백한 불법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강요하는 데는 남한 방어를 넘어 역외 신속기동군으로서의 임무가 전면화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대중 봉쇄 전략 수행 비용으로 충당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최근 오산의 미 7공군 소속 고고도 정찰기 U-2S가 두 차례나 남중국해 대만해협으로 출동했다. 2019년 방위비분담금이 U-2S 정찰기가 소속된 5정찰대대(오산 공군기지)의 항공기 격납고 공사에 140억 원이 쓰인 바, 이는 우리 국민의 세금이 이미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에 불법적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방위비분담금 굴욕 타결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지난 3월 1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 타결을 규탄하는 평통사 회원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차 특별협정은 ... 민주적 동맹을 활성화하고 현대화하겠다는 약속을 반영한다"면서 "이 새로운 특별협정의 제안된 원문(text)이 동북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으로서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1차 특별협정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의미 부여는 방위비분담금이 단순히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분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을 뒷받침해 주고 한미동맹이 대중국 견제동맹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이는 현 특별협정의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자 '준비태세' 항목 신설을 통해 주한미군과 해외주둔 미군의 역외작전 비용을 부담지우려고 했던 트럼프 정권의 기도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정부와 주한미군의 '(역외) 작전지원' 항목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미국이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한국이 책임동맹의 입장에서 분담할 수 있는 것은 분담하려고 했다는 외교부 백브리핑 내용에 비춰볼 때 11차 특별협정에서 바이든 정권이 역외작전 비용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문재인 정권이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앞으로 한국이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를 비용적으로 뒷받침해 줄 뿐만 아니라 대중국 견제 임무에 호응해 갈 것임을 예견케 한다. 그러나 특별협정은 그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국 방어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를 수행하고 여기에 한국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등을 통해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이에 미국의 한국에 대한 불법적인 비용 전가의 통로가 되고 있는 특별협정을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한국이 주한미군에 토지와 시설을 무상 제공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미군이 한국 방어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전제 아래서였다. 그런데 1957년 주한미군이 유엔사령부가 아닌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게 됨으로써 대북 방어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군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됐다.

최근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연방 법전 10편(군대법)에 근거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준통합사령부로서 존재한다"며 "자신은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대중국 전략과 연계해 임무를 수행한다"라고 밝혔다.

이제 주한미군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수행 임무를 전면화하고 있으며 미 본토 방어와 세계 패권을 위해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제라도 방위비분담금이라는 대미 은전을 더 이상 베풀 필요가 없으며, 1957년 이래로 미국한테 받아냈어야 할 주한미군 기지 임대료도 즉각 징수해야 한다.
  
정부는 가서명 중단하고 국회는 비준동의 말아야

문재인 정부가 정녕 국민적·역사적 지탄을 받는 정권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촛불집회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역대 최악의 11차 특별협정에 가서명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굴욕 협정을 비준해줘선 안된다.

방위비분담금은 우리 형편에 따라 안줘도 되고, 적게 줘도 상관없다. 코로나 19로 인한 국가적 재난을 감안한다면 국회는 역대 최대의 재정적 부담을 주는 11차 특별협정을 부결해야 한다. 대다수 언론들도 11차 협정이 아무런 기준이 없이 터무니없게 인상된 것을 비판하고 있다. 특별협정 가서명을 앞두고 16일 열린 국회 국방위전체 회의에서 많은 의원들은 '(합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싫다. 한미관계가 이런 식으로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는 고무도장이 아니다'거나 '국방비가 아닌 물가상승률로 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걷어차 버렸다. 이해할 수 없다' '그냥 하자는 대로 다하면 이게 무슨 국가냐'면서 11차 협정의 초유의 굴욕성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이번 협정처럼 국회의 제도 개선 요구가 철저히 묵살된 예도 없다. 국회는 헌법과 국가재정법을 위배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소파에도 위배되며 우리 국민에게 사상 초유의 굴욕을 안긴 협정안을 부결시킴으로써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기학씨는 평화통일연구소장으로 책 '트럼프 시대, 방위비분담금 바로 알기'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월간 '평화누리통일누리'(2021.4월 발행)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방위비분담금 #주한미군 #국방예산 #주한미군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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