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자회사에서 대규모 직장 내 괴롭힘 벌어져

“한국전력과 한전인재개발원이 나서서 문제 해결해야”

등록 2021.03.17 13:26수정 2021.03.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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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인재개발원에서 벌어진 직장갑질, 괴롭힘, 폭력 문제에 대해 서울 노원지역 정당,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북부지부, 진보당 노원구위원회, 정의당 노원구위원회 등이 주축이 된 노원공동행동은 지난 16일 낮 12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한전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한국전력과 한국인재개발원이 문제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속한 한전FMS는 한국전력이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인력공급전문 자회사로 한전 내 각 계열사들에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한국인재개발원도 그 중 한 곳이다. 

김진숙 진보당 노원구위원회 노동위원장은 "한국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로 국민적 분노가 높은 지금 공기업에서 대규모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면서 "한국전력과 한전인재개발원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하고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원공동행동이 한국전력인재개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이은혜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한전인재개발원지회 전영문 지회장은 피해자들의 피해사례를 조목조목 밝혔다.
 
인재개발원에서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김00씨는 2019년 10월부터 가해자 2명으로부터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가해자 A와 B는 김씨에게 한겨울에 직원 차량 500여 대의 번호판을 조사하게 하고, 기존에 없던 순찰코스를 추가해 순찰을 돌게 하는 등 불필요한 업무를 지시했다. 김 씨가 회식비용을 전부 내게 하는 일도 있었다. 김 씨는 우울증과 자살충동 등 심각한 스트레스로 두 차례나 실신하기도 했다.

신임반장 C가 부임한 이래로 여성 미화노동자 강00 씨의 고통도 시작됐다. 그는 도저히 깨끗하게 지울 수 없는 청소를 지시받고, 남성 2인 1조로해야 하는 2층 유리창 청소도 혼자 떠맡았다. 그럼에도 '일을 잘 못한다'며 C에게 온갖 욕설을 들어야 했다. 가장 큰 고통은 C의 감시였다. 어떤 날은 여자화장실까지 노크도 없이 쫓아들어와 꼬투리를 잡기도 했다. 매번 다른 동료들 앞에서 '강 씨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면박당하는 것도 참기 힘들었다. 반년이 훌쩍 넘게 지속된 괴롭힘으로 강 씨는 자살충동을 느낄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C의 행위에 대해 북부고용노동지청도 '직장내괴롭힘'이라 판결했지만 둘은 여전히 같은 일터에서 마주하고 있다.

남성 미화노동자 한00씨도 같은 조 반장인 D로부터 3년 간 괴롭힘을 당해왔다. D는 한 씨의 개인정보를 열람해 개인 신상과 가족상황을 파악했다. 암투병중인 아내의 상황과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한 정보는 폭력의 수단이 되었다. 같은 조 미화노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네가 제대로 못 배워서 이런 일이나 하는 거다", "너 때문에 너희 가족이 어렵게 살고, 아내도 아프고 힘든 거다" 등의 말들을 내뱉었다. D의 인격모독과 욕설은 매일 2차례 진행되는 조회 때마다 반복되었다. 한 씨도 여전히 D와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하며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전영문 지회장은 "한국전력공사와 한전FMS가 가해자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가해자 4명 모두 주의, 견책, 경고 등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만 받은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 모두에게 '전출' 수준의 처벌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우철 마트노동조합 서울본부장은 "공기업 한전이 자회사 문제라고 '나 몰라라' 뒷짐 지는 것은 가해자 편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차봉은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노원을지병원지부장은 "우리나라 전기를 만드는 유일한 공기업에서 갑질과 괴롭힘이 지속되면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수 있겠나. 한전이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고 '인재를 개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하나같이 문제해결의 진정성이 없는 사측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갑질', '폭언' '부당업무' '괴롭힘', '폭력' 등이 적힌 상자를 발로 밟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기자회견 퍼포먼스 ⓒ 이은혜

 
#한국전력 #한전인재개발원 #직장내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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