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부모연합 등 4개 단체가 2020년 12월 빈곤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즉각적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한부모연합
이러한 상황에서 주 부양자인 한부모가 아프거나 자녀 돌봄을 함께 양립할 수 있는 적절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한부모 가족 구성원 모두가 빈곤으로 전락한다. 2018년 기준, 한부모 가족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율은 전체 수급 가구 유형 중 14.9%('모자가구+부자가구' 합산한 비율)로 전체 가구 유형 중 4순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경제적 보호가 필요한 한부모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진입부터 쉽지 않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엄격한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이다. 대체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조사는 전 배우자와 친정 부모의 소득과 재산을 토대로 한부모의 기준 소득인정액을 평가한다. 실제 전 배우자와 친정부모의 소득 및 재산이 한부모가족에게 이전되지 않지만 조사에서는 산정돼 수급에서 탈락하기 일쑤다.
만약 엄격한 1차 부양의무자 조건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급여 결정을 위한 2차 조사 요건으로 한부모 자신의 소득‧재산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련의 과정을 겪고도 수급선정이 되지 않았을 경우 한부모들은 빈곤 해소를 위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임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다시 사각지대의 늪에 빠진다.
한편, 겨우 모든 요건을 충족하여 지원을 받게 됐다고 해도 매년 1회 이상 수급 유지를 위한 조사가 시행된다. 법정 한부모가 되어 매년 혜택을 받기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는 한부모들이 일자리를 구하여 경제적인 자립을 꿈꾸기 어렵게 만든다. 한부모들에게 일자리를 통한 소득 창출은 기준 소득인정액의 초과로 이어져 기존까지 받아온 지원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일자리를 통한 소득창출 사이에 완충할 만한 제도가 없다 보니 경제적인 불안감이 높아 쉽사리 제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송파 세모녀법 이후
노동과 돌봄의 이중고와 제도의 빈곤선마저 간극이 있는 상황에서 한부모들을 중심으로 안타까운 생계형 사건‧사고가 벌어졌다. 2014년 3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세 모녀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 및 공과금으로 놔두고 자살하였다.
이들은 3년 전 수급 신청을 했지만 30세 이상인 성인 자녀의 근로능력으로 인해 추정소득이 산정되었기 때문에 수급 선정에서 탈락했다. 세 모녀는 그 이후 수급을 재신청하지 않고 생활했고 본인들이 겪는 경제적 빈곤에 사회적 보호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권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정부는 대응책으로 같은 해 12월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수급권에 대한 보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복지 대상의 포괄성 및 충분성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8년 증평 모녀 사망 사건, 2019년 관악구 탈북모자 아사 사건, 2020년 인천 미추홀 형제 화재 사건 등 2021년까지 생활고로 인한 한부모 가족들의 생계형 사건‧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여론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린 가족'의 생계형 사건‧사고만을 부각할 뿐 이들의 가족 형태가 왜 그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는지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는다. 단지 이들의 빚과 관리비 연체, 미납된 전기요금 체납 고지서 등을 강조하고 복지제도의 사각지대가 된 원인과 해결 방안인 부양의무자 폐지, 발굴주의 전달체계 강화 등을 강조하면서 기사는 마무리된다. 그러나 생계형 사건‧사고에 대한 사후적 지원보다는 이들이 빈곤 매커니즘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예방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건 아닐까?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