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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사건·사고 중심에는 한부모가 있다

[비정상가족은 없다 ②] 한부모 가족의 죽음 반복되지 않으려면

등록 2021.03.18 14:06수정 2021.03.1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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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족이란 무엇일까? 연재 '비정상가족은 없다'를 통해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와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사고, 출생등록제를 통해 본 위기가족, 비혼 출산 등 가족 정책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편집자말]
"자활을 할 때 퇴근 시간이 6시니까 집에 가면 7시였어요. 그러면 애들은 배를 쫄쫄 굶다가 7시 반이나 해서 밥을 먹기 시작하는 거죠. 돌봄을 알아봤는데 제가 사는 곳은 선생님이 적대요. 애들이 '엄마 집에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먹고 살아요."

2020년 유난히도 덥던 여름, 연구차 인터뷰를 위해 만난 영미(가명)씨는 이혼 후 학교 돌봄교실 계약직 강사를 하다가 2019년 코로나 여파로 그나마 하던 일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허덕이던 그녀는 주변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앓아왔던 만성 위경련으로 인해 지속적인 자활 참여가 어려웠고 근로무능력 평가를 받기 위해 5곳의 병원과 구청에 호소해봤지만 어느 곳도 근로무능력 평가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 혜택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카드빚을 져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KBS

요새 한부모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제법 나온다.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 <펜트하우스>의 오윤희 모두 한부모다. 드라마에서 한부모들은 혼자서 일과 아이 돌봄을 모두 책임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만난 한부모도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살아갈까?

노동과 돌봄의 끊임없는 줄다리기

실제 한부모들은 달라지는 가족 상황에 적응하기도 전에 아이를 책임지는 부양자의 역할을 부여 받는다. 한부모가 된 이후에도 일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자녀들이 어릴수록 긴 시간 일을 하기 어렵고 돌봄이 가능한 일자리를 찾다 보면 불안정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2018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의하면 한부모들의 임시 및 일용근로 종사 비율은 30.8%로 불안정한 노동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로 인해 한부모들은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코로나19는 그나마 있던 한부모들의 일자리마저 앗아간다. 

또한, 일을 한다고 해도 주변 동료의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낙인과 소문의 구설수가 두려워 한부모들은 자신들의 가족상황을 주변에 밝히지 않게 된다. 한부모들은 일과 자녀돌봄의 이중역할을 홀로 해야 하는 과중부담을 배려받지 못한다. 

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부모들은 미취학·초등학생·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경우 약 80% 이상이 '양육비, 교육비용의 부담'을 자녀 양육에 있어 어려움으로 꼽았다. 한부모가족의 빈곤율은 전체가족 빈곤율의 3배에 달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한부모연합 등 4개 단체가 2020년 12월 빈곤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즉각적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한부모연합 등 4개 단체가 2020년 12월 빈곤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즉각적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한국한부모연합

이러한 상황에서 주 부양자인 한부모가 아프거나 자녀 돌봄을 함께 양립할 수 있는 적절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한부모 가족 구성원 모두가 빈곤으로 전락한다. 2018년 기준, 한부모 가족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율은 전체 수급 가구 유형 중 14.9%('모자가구+부자가구' 합산한 비율)로 전체 가구 유형 중 4순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경제적 보호가 필요한 한부모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진입부터 쉽지 않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엄격한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이다. 대체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조사는 전 배우자와 친정 부모의 소득과 재산을 토대로 한부모의 기준 소득인정액을 평가한다. 실제 전 배우자와 친정부모의 소득 및 재산이 한부모가족에게 이전되지 않지만 조사에서는 산정돼 수급에서 탈락하기 일쑤다.


만약 엄격한 1차 부양의무자 조건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급여 결정을 위한 2차 조사 요건으로 한부모 자신의 소득‧재산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련의 과정을 겪고도 수급선정이 되지 않았을 경우 한부모들은 빈곤 해소를 위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임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다시 사각지대의 늪에 빠진다.

한편, 겨우 모든 요건을 충족하여 지원을 받게 됐다고 해도 매년 1회 이상 수급 유지를 위한 조사가 시행된다. 법정 한부모가 되어 매년 혜택을 받기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는 한부모들이 일자리를 구하여 경제적인 자립을 꿈꾸기 어렵게 만든다. 한부모들에게 일자리를 통한 소득 창출은 기준 소득인정액의 초과로 이어져 기존까지 받아온 지원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일자리를 통한 소득창출 사이에 완충할 만한 제도가 없다 보니 경제적인 불안감이 높아 쉽사리 제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송파 세모녀법 이후

노동과 돌봄의 이중고와 제도의 빈곤선마저 간극이 있는 상황에서 한부모들을 중심으로 안타까운 생계형 사건‧사고가 벌어졌다. 2014년 3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세 모녀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 및 공과금으로 놔두고 자살하였다.

이들은 3년 전 수급 신청을 했지만 30세 이상인 성인 자녀의 근로능력으로 인해 추정소득이 산정되었기 때문에 수급 선정에서 탈락했다. 세 모녀는 그 이후 수급을 재신청하지 않고 생활했고 본인들이 겪는 경제적 빈곤에 사회적 보호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권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정부는 대응책으로 같은 해 12월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수급권에 대한 보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복지 대상의 포괄성 및 충분성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8년 증평 모녀 사망 사건, 2019년 관악구 탈북모자 아사 사건, 2020년 인천 미추홀 형제 화재 사건 등 2021년까지 생활고로 인한 한부모 가족들의 생계형 사건‧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여론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린 가족'의 생계형 사건‧사고만을 부각할 뿐 이들의 가족 형태가 왜 그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는지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는다. 단지 이들의 빚과 관리비 연체, 미납된 전기요금 체납 고지서 등을 강조하고 복지제도의 사각지대가 된 원인과 해결 방안인 부양의무자 폐지, 발굴주의 전달체계 강화 등을 강조하면서 기사는 마무리된다. 그러나 생계형 사건‧사고에 대한 사후적 지원보다는 이들이 빈곤 매커니즘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예방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건 아닐까?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빈곤지원정책과 한부모 가족의 실제 상황의 괴리가 정책적 과제로 이슈화되고 있다.
빈곤지원정책과 한부모 가족의 실제 상황의 괴리가 정책적 과제로 이슈화되고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먼저, 한부모들의 가족 상황을 반영한 생계 지원 제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한부모들은 노동과 돌봄의 이중고 때문에 선택하게 되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제도 빈곤선의 간극으로 인해 생계형 사건‧사고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인천 미추홀 형제 사건도 한부모인 엄마가 일을 나간 사이에 아이들끼리 조리를 하다가 발생했다. 

게다가 생활고는 사람을 우울하게 하고 자녀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암담하게 만든다. 2018년 한부모의 우울장애유병률은 15.5%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2016년 국민건강통계' 조사 응답률인 5.6%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소득보장 중심의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이들의 활력을 고려한 빈곤과 일자리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소득지원과 일자리 진입 및 유지를 단계적으로 지원해 실효성 있는 한부모 가족의 생계 운용이 보장돼야 한다.

다음으로 전 배우자도 한부모가 양육하는 자녀가 홀로 경제적 벌이를 하는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 이행 의무를 다해야 한다. 2020년을 기준으로 양육비 이행률은 35.6%로, 부모 10명 중 6명은 양육비 이행의 의무를 다 하고 있지 않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아동학대이다. 전 배우자가 양육비를 반드시 이행 할 수 있도록 국가의 법적 조정과 강제개입에 대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부모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실질적인 법이 되려면 한부모가 혼자 벌어 아이를 키우는 가족 상황을 고유한 특성으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반영하는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저소득 한부모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한부모가족지원법은 기초 보장제도로써 의의가 있지만 제도의 법적 기준과 용어들로 인해 '한부모=빈곤'과 같은 부정적 낙인감을 부여해왔다.

게다가 건강가족기본법 제9조에 '가족해체의 예방'을 명시함으로써 미혼 출산, 이혼, 사별로 한부모가 된 이들의 선택이 마치 병리적이고 문제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읽히게 한다. 해당 조항으로 인해 마치 한부모들이 빈곤으로 전락한 것은 개인의 책임인 것처럼 해석된다.

따라서, 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밀하고 가족 다양성에 대한 민감성 있는 법의 용어와 용례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빈곤제도, 노동,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가족의 삶을 실질적으로 존중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생계형 사건‧사고로 인한 한부모 가족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한부모 #생계형사건사고 #가족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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