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장면원격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장면
김용만
3월 2일, 개학은 했으나 우리반 아이들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경남 진주에 있는 우리 학교는 2/3등교라 모니터를 통해 아이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어색한 채로 수업방을 개설했고 아이들을 초대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끄러운지 카메라를 켜지 않고 한 명씩 접속했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샘은 올해 여러분과 같이 생활할 담임 용샘입니다."
채팅창에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들이 찍혔습니다. 아이들은 음성과 영상보다 채팅을 선호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선생님이 검은 화면 보고 혼자 말하니 영 어색해서 그래요. 샘은 여러분 얼굴도 보고 싶고 이름도 외우고 싶어요. 처음 만났는데 얼굴 좀 보여주면 안 될까요?"
몇 명이 화면을 켰지만 얼굴 전체가 보이는 친구는 1, 2명에 불과했습니다. 어깨만 보이는 친구, 이마만 보이는 친구, 천장만 보이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강요할 순 없었습니다. 첫 인사를 나누고 다음부터는 얼굴 보고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첫 주가 지났고 3월 둘째 주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우리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화면으로만 보다가 실제 만나니 어찌나 반갑고 이쁘던지요. 아이들도 신나보였습니다. 얼굴보고 만나서 하는 수업이 얼마나 귀한 활동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우리 학년은 원격 수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한 주 같이 생활해서 그런지 얼굴 카메라를 켜는 아이들이 점차 늘었습니다. 그래도 전 학생의 얼굴을 직접 보며 수업을 하진 못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이크 켜세요. 화면 켜세요"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켜지 않는 친구들은 별 방법이 없습니다. 단지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얼굴 보고 싶고, 목소리가 듣고 싶지만 화면을 켤 수 없는 환경의 아이들도 있으니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업은 또 달랐다
저는 역사를 가르칩니다. 개학을 했고 시간이 가니 수업은 해야 했습니다. 원격으로 역사 수업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콘텐츠를 개발해야 했고 아이들이 지겹지 않게, 화면을 45분간 잘 볼 수 있게, 집중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교실에서 하는 수업은 피드백이 즉시 이뤄지고 눈빛을 볼 수 있어 아이들 반응을 보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원격 수업은 눈을 볼 수 없고 화면이 안 보여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혼자 말하는 것이 어색했습니다.
해서 저는 수업 진행 중에 갑자기 아이들 이름을 한 명씩 부릅니다. 이름을 불렀을 때 "네!"라고 답글을 쓰라고 부탁했습니다. 잘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것도 그냥하면 지겨울까 봐 게임처럼 합니다. 교실 수업할 때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원격 수업하며 많이 살피게 됩니다. 아무리 모니터 화질이 좋다 하더라도 직접 보는 것만 못합니다.
저는 첫 원격수업을 실패했습니다. 원격수업의 어색함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에 원격수업 콘텐츠는 계속 개발해야 합니다. 번거롭고 답답한 것은 사실이나 이 속에서 새로운 배움 형태를 고민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기사를 쓰고 있는 3월 18일, 이날 2학년 역사수업은 성공했다고 자평합니다. 눈치게임을 하며 발표 순서를 정하고, 친구가 준비한 PPT 자료를 화면 공유를 통해 듣고 발표 후 피드백하니 45분이 금세 지나갔습니다. "선생님 수업시간 끝났지만 더 해요. 마저 이야기 듣고 싶어요"라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대면수업이든 원격수업이든 학생을 위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준비합니다. 아직 어색함을 극복하진 못했으나 선생이기에 내일 수업을 또 준비합니다. 자리를 빌려 이 기사를 읽을 우리학교, 우리 반 친구들에게 부탁합니다.
"제발 아침 8시 50분까지 자가진단 완료하고, 8시 40분 반조례 때 참석하시오. 수업방 링크 보내주면 제발 좀 늦지 않게 접속해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스크 쓰고 선글라스 껴도 좋으니 얼굴 좀 보고 수업합시다!"
마스크 벗고 활짝 웃는 아이들 얼굴을 보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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