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의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1. 퇴근시간에 금호역 정류장에서 성동05를 기다리는 사람들
2. 금호산길을 올라오는 성동05의 모습.
3. 밑에서 올려다본 금호산길
박성수
서울시 성동구 금호동2가에 위치한 우리집에서 금호역까지는 걸어서 약 10분이다. 그런데 금호역에서 우리집까지는 걸어서 15분이 넘게 걸린다. 금호역과 우리집 사이에 경사로가 가파르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금호역에서 내려 마을버스 '성동05'로 갈아타고 집으로 향하곤 한다. 성동05에 승차하는 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금호산길'을 넘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버스 노선별 정류장별 시간대별 승하차 인원 정보(교통카드 사용기준)'를 통해 지난해 12월 성동05 승차인원 수치를 살펴봤다. '약수역'에서 회차해 '금호역'을 지나 가파른 금호산길이 시작되는 '화단앞'까지, 세 정류장의 승차인원을 합해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1199명이었다. 회차지점인 약수역을 제외하고, 금호역과 화단앞 정류장의 하차인원은 일평균 약 144명이었다. 즉, 매일 약 1000명 조금 넘는 인원이 성동05를 타고 오르막길을 넘은 셈이다.
이렇듯 금호산길을 책임지는 성동05를 비롯해 서울시 마을버스 업계 전반이 코로나로 위기를 겪고 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1대당 하루 운송원가를 책정해 손실분을 지원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는 코로나19 고통 분담 명목으로 운송원가를 한시적으로 10% 낮췄다. 하지만, 그마저도 시 예산이 부족해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동05 노선을 운영하는 동호운수 관계자는 차분한 말투로 어려움을 전했다.
"코로나 사태가 생기고 나서는 시 예산이 없으니까 마을버스 하루 운송원가를 41만 1000원으로 10% 하향 조정을 했어요. 근데 그 상황에서도 돈이 없으니까 뭐, 실제로 들어오는 거는 41만 1000원 기준으로 해서 (손실분의) 50% 조금 넘게 입금이 됩니다.
동호운수 버스 한대당 평일 하루 수익이 25만 원 정도예요. 그러면 41만 원에서 (25만원을 뺀) 16만 원 중에서 50%인 8만 원 정도 입금돼요. 원가 보전 날짜도 정확히 지켜지는 게 아니라서, 가끔 월급이 밀릴 때가 있습니다. 배차 간격을 늘리고 싶은데, 기사분들 줄여야 하고 이런 거 때문에 못 하고 있는 거죠."
승객은 줄고 지원은 여의치 않은 지금의 상황이 지속한다면 배차간격을 늘리는 것도 불가피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출퇴근 시간대 혼잡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금호산 방면 금호역 정류장에서 18시부터 19시 사이에 성동05에 승차한 총인원은 2080명이었다.
성동05의 배차간격이 평일 기준 7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8시부터 19시까지 금호역 정류장에서 버스 하나에 탑승한 승객이 평균 8명 정도라는 결과가 나온다. 배차간격을 20분으로 잡으면 이 수치는 약 22명으로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출퇴근 시간대에 움직일 교통약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다.
"버스 한 대에 기사분 두 명이랑 기름값, 그런 것만 해도 하루에 30만 원이 듭니다. 동호운수는 코로나 이전에도 적자 업체였어요. 요금을 300~400원 올린다고 해도 우리한테 돌아오는 돈은 30%밖에 안 돼요. 그래도 요금인상 말고는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시에서도 지원을 못 하고 있으니까…. 지금 마을버스 회사 매물도 잔뜩 나와 있고, 서울시 앞에 가면 마을버스 업체 사장님들 모여서 1인시위하고 그래요."
마을버스 업계는 무엇보다 지금을 버티기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 물론,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코로나로 피해를 받은 업종은 마을버스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또는 지자체가 여력이 없다면 6년째 동결된 성인요금을 비롯해 마을버스 요금의 전반적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 모쪼록 동네 교통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마을버스가 지금을 잘 견딜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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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05'는 매일 1000여 명을 싣고 산길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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