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유아들. (이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기사에 언급된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연합뉴스
서울특별시장 후보님들, 안녕하세요. 보궐선거가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네요. 후보님들 모두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책 차별화에 여념이 없으시겠습니다. 합계출산율 0.84명을 기록한 초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은 부동산 정책만큼이나 사활을 거는 분야로 판단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보육정책에 대해서는, 조직화돼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보육기관 운영자들의 목소리를 공식·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접하셨을 겁니다. 반면 평범한 양육자의 목소리는 쉬이 듣지 못하셨을 겁니다.
2020년 서울시 저출생 대책 예산은 6900억 원이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서울이 아이 낳기가 무서운 도시가 된 것은 먼저 정치의 실패 때문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예산낭비 없이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보육정책이 실현되기 위해, 이젠 기관운영자·전문가·학계보다 생활·양육전선에 놓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를 낳기도 어렵고 키우기도 힘든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았고 키우며 현재 둘째가 어린이집 재원 중인 양육자로서 보육정책에 대해 감히 몇 글자 올리겠습니다.
좁은 교실에 가득가득한 아이들
지난해 한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이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아이는 놀다가 친구와 부딪힌 뒤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찧었습니다. 아이를 허망하게 잃은 슬픔도 잠시, 아이의 부모는 사고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한 교사가 돌봐야 하는 아동의 수를 낮춰줄 것'을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이 국민청원엔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보조교사 충원'이었습니다. 보조교사가 아니라 '보육교사'를 늘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잘못 말한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습니다.
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고민이 없어 보이는 복지부의 답변에 양육자들은 또한 번 좌절해야만 했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근본 대책 수립이 아닌, 일부 어린이집에 파트타임으로 보조교사를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얼마나 안일합니까. 복지부는 청원에 대해 '보조교사 1000명 충원하겠다'고 답했으나 보조교사를 충원하려면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 수만큼은 돼야 합니다. 전국에는 3만7000여 개의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후보님들. 언젠가 보건복지부장관을 만나게 된다면,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아동 대 교사 비율은 변하지 않아 좁은 교실에 아이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들어 있는 현 상황을 바꿀 의지가 있긴 한 건지 꼭 물어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