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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로 읽는 중국 이야기... 중국, 미국 제치게 될까

[내가 쓴 '내 인생의 책'] 제20화 <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

등록 2021.03.25 10:26수정 2021.03.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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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베이징 신화=연합뉴스
       
필자가 국회도서관에 근무하던 몇 년 전, 어느 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속의 사람은 내게 <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 책의 저자가 되시느냐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전화 속 목소리는 그 책에 감명 받아 전화를 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 신분을 비로소 밝힌다. 이광재 전 의원이었다(당시는 아직 사면복권이 안 된 상태로 '야인' 신분이었다). 그래서 독자와 저자의 관계로 국회 앞에서 몇 차례 만났다.

최근 200년만 빼놓고 가장 부유한 국가였던 중국

청나라 건륭제 시대에 영국 매카트니 경이 청나라에게 무역을 제안하자 건륭제는 "우리에게 없는 물건이 없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중국의 지극히 우매한 '우물 안 개구리'의 대표적 사례로 배웠다.

하지만 사실 당시 청나라의 제조업 총생산량은 모든 유럽국가의 제조업 총생산량보다 5%가 많았고, 영국보다는 여덟 배가 많았다. 당시 청나라 GDP는 세계 총 GDP의 1/3을 점하는 것이었다. 이는 오늘날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이다. 당시까지도 중국은 비록 '세계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지배적인' 국가였다.

중국은 근현대의 200여 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중국의 힘과 부는 결코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역사적 배경과 기원이 존재한다. 이러한 '대제국'을 내부로부터 지속해서 유지시키고 재생산시켜온 주요한 자양분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의 상업주의 전통과 특성이었다.

우리가 중국 IT 산업의 부상을 지켜보면서 사마천의 경제사상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급속하게 증대되는 중국의 부(富)를 연결시켜 살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중국 부(富)의 기원
  
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 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 책 표지
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 책 표지소준섭
 
그렇다면 과연 중국 부(富)의 기원은 무엇일까?

우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단일시장과 엄청난 인구가 그 객관적 조건을 형성한다. 그 토대 위에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자 하는 의지로 충만하여 있으며, 각자 본능적으로 대단히 활발한 상업 활동을 전개한다.


이 상업 정신은 전체적으로 결합되어 중국이라는 거대한 통일적 시장에서 물처럼 자연스럽게 상업과 경제가 이뤄지고 흘러넘쳐 번영을 구가했다. 또한 여기에 사마천의 '화식열전', 유가 사상 그리고 <손자병법(孫子兵法)> 등이 훌륭한 지적 자양분으로 기능했다.

중국에서 '상인의 성인', '상성(商聖)' 혹은 '인간 재신(財神)'으로 칭해지는 전국시대 인물 백규(白圭)는 "나는 경영을 할 때 이윤(伊尹: 상나라 때의 명재상)이 계책을 실행하는 것처럼 하고, 손자가 작전하는 것처럼 한다"라고 말했다. 상업의 시장, 상장(商場)은 곧 전쟁터이며, 그 경쟁은 전쟁과 같아 <손자병법>이 현란하게 활용된다.

미국의 저명한 외교가인 키신저(Henry Kissinger)는 <손자병법>을 극찬한다. 그는 손자(孫子)의 이 텍스트가 중국에서의 일종의 직접성과 통찰을 담은 것으로 읽혀, 그를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전략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한다.

그는 특히 손자가 말하는 '세(勢)'의 개념에 매료되었다. 그는 서양에는 '세(勢)'에 상응하는 용어가 부재하며 군사적 맥락에서 전략적 추세를 함의하기도 하고, 어떤 상황의 '잠재적 에너지'를 의미하기도 하며 "요소들이 배치되는 어떤 국면에 내재되어 있는 파워 그리고 그 발전의 경향"을 가리키기도 한다고 분석한다.

키신저는 그러면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전쟁에서 좌절했던 주요한 이유가, 바로 손자의 행동 수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논쟁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국의 흥망, 부(富)의 성쇠

역사적으로 중국은 전란과 정치적 불안 없이 20~30년 정도만 유지되면 반드시 성세(盛世)를 이뤘다. 그만큼 생산과 교역, 시장 그리고 상업 정신이 이미 준비되고 갖춰진 국가였다. 비록 최근세사에서 중국의 어두운 측면이 돌출되어 드러나게 되었지만, 오늘 중국이 보여주는 '굴기'의 모습은 역사상 축적되어온 저력의 현현(顯現)으로서, 그 결과이면서 필연적 추세이기도 하다.

다만 앞에 말한 '전란과 정치적 불안 없이'라는 전제가 의미심장하다. 거꾸로 보자면, 역대 중국은 전란과 정치적 불안이 내내 심각했다는 반증인 셈이다. 결국 여하히 평화와 정치적 안정을 성취해나갈 수 있는지가 중국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다.
      
'중국'과 '중국의 미래'는 늘 세계인의 관심사이자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중국 경제의 미래에도 항상 여러 가지 의문부호가 붙어 다닌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제까지처럼 중국이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나아가야 할 길은 지난(至難)할 것이지만, 중국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로를 밟아온 바로 그 토대 위에서 마치 스펀지처럼 놀라운 수용성을 발휘하며 자신의 노선을 견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당연히 다시 전 세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겠지만 말이다.
#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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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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