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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시엔 야구장에 한국어 교가 울려퍼지다

교토 국제중고등학교,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 1차전 승리

등록 2021.03.25 10:32수정 2021.03.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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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일본 제93회 선발고교야구 대회에서 재학생 136명의 작은 학교가 큰 학교를 이기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해마다 일본에서는 봄 방학과 여름 방학 때 고시엔야구장에서 야구대회가 열립니다. 고시엔 야구장은 일본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시합이 시작되면서 소개되는 교토국제중고등학교 선수들입니다.(마이니치신문 중계화면 갈무리) ⓒ 박현국

 
고시엔 야구대회에 참가하는 고등학교는 각 현 지역에서 예선 시합을 거쳐 이긴 팀이 지역 대표로 참여합니다. 이번에는 일본 전국에서 34개 팀이 참가해 시합이 열리고 있습니다. 교토 지역 대표는 한국학원인 교토 국제중고등학교(교장 박경수)입니다.

일본 전국 고등학교에 있는 야구팀은 수백 개를 헤아립니다. 교토에서 한국학원 교토 국제중고등학교가 참가하는 것 자체를 '기적'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첫시합에서 미야기현 시바타고등학교를 5-4로 이겼습니다. 연장 10회까지 이어진 접전이었습니다. 

고시엔 경기장에서 야구대회가 열리면 시합 중간에 응원단이 참가 학교의 교가를 부르기도 합니다. 교토한국학원 교토 국제중고등학교가 참가해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한국말 교가를 고시엔 야구장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며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고시엔 야구장에서 일본어 노랫말이 아닌 외국말 교가, 그것도 한국어로 교가가 울러 퍼진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일본 고시엔 야구장에 처음 울러퍼진 외국어 교가 한국말 노래입니다.? ⓒ 박현국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일본에서 재일교포와 북한 정부 지원으로 세워서 운영되는 학교는 조선대학교를 비롯해서 수십 곳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 일부 지원으로 운영하는 학교는 도쿄에 한 곳, 간사이에 세 곳이 전부입니다. 교토한국학원 교토 국제중고등학교는 간사이지역 교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교토 한국학원 국제중고등학교는 1947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학생이 30명이었습니다. 이 학교에 야구부가 생긴 것은 52년 뒤인 1999년이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야구부를 운영해 현재 일본 프로야구에서 선수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4일 시합은 1차전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토 한국학원 국제중고등학교의 1차전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강하고, 교토 한국학원 국제중고등학교은 전국대회 경험이 처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교토 한국학원 국제중고등학교는 1회부터 상대에게 2점을 내줬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했습니다. 역전을 이루고 동점을 허용했다가 연장 10회에 2점을 내리 따내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역전, 동점, 연장 승리를 이어간 기록입니다 ⓒ 박현국

 
24일 시합은 지상파 방송으로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 시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실시간 중계 때는 트윗도 가능했는데, 교토 한국학원 국제중고등학교는 비록 학생수는 작은 학교지만 실시간 트윗에서는 상대 학교를 거의 압도했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우리 선조들은 일본 사회에서 굿굿하게 우리 말이나 문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학교를 세워서 어려움 속에서 학교를 운영해왔습니다. 그 속에서 학생들에게 일본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편으로 운동부를 만들어서 지도하고, 그 결과 자랑스런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우리 민족의 개성이고 긍지이자 자부심입니다. 

참고> 마이니치신문, 2021.3.18,19., 아사히신문, 2021.3.18
학교 법인 교토국제학원 교토국제중고등학교 홈피 , https://kyoto-kokusai.ed.jp/kr/info, 2021.3.24
한국일보, 2021.2.11. 오태규, 주오사카 총영사, 일 고시엔 첫 출전 한국계 민족학교 응원합니다
박경수 교장 선생님 페이스북
덧붙이는 글 박현국 시민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토국제중고등학교 #우리말 교가 #고시엔 야구 #교토 한국학원 #박경수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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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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