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들었던 그 집 자리엔 아파트가 곧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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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에서 처음 정착한 집은 '옥탑방같은 2층'이었다. 분명 등기부등록상엔 2층이라고 돼 있었는데, 기존 1층 집이었던 곳에 빨간 벽돌로 2층을 증축한 거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다.
그나마 공간에 비해 전세가 싸 4년을 거기서 살았는데, 문제는 2013년 12월 31일에 터졌다. 마감 근무를 마치고 자정 가까운 시간 집에 돌아와보니 현관문 유리는 깨져있고, 집 안엔 검은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혀 있었다. 집이 비어 있는 사이 도둑이 든 거다.
없어진 건 없었지만, 그날의 충격으로 한동안 밤이면 쉽게 잠들기 어려웠다. 도둑이 들었다는 소식을 당시 집주인에게 전하자, 수많은 집주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인 "우리가 살 땐 안 그랬는데"가 돌아왔다. 도둑 사건 때문인지 다가오는 만기일에 월세로 돌리거나 나가달라는 얘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들었다.
당시 그 지역은 한창 재개발이 진행 중이었고, 그곳에 오래 살았던 나 역시 일정 자격을 충족해 관련 서류들을 이미 제출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니 별 수 있나, 나는 짐을 꾸렸다. 임대주택 입주권도, 이주비도 한순간 연기처럼 사라졌다. 내가 떠난 그곳엔 유명 건설사 이름의 아파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힙 플레이스와 먼 은평구가 좋은 이유